10km 원천 예강철 노선 참관단

 

  오전 11시 30분, 길림성장, 러시아극동대표, 러시아국철대표, 중국국철대표 등 러시아, 중국의 참관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비창 도시예강철 철대문이 열렸다. 중국, 러시아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와 영상기사가 밀착 취재를 시작했다.

 

  서서히 미끄러지듯 주행하던 도시예강철이 승강장에 멈추어섰다.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참관단이 페드로프 사장과 천소장, 임원의 설명을 들으며 첫 번째 차량에 탑승했다. 측정시험에 동원된 (주) 예강철 임직원은 두 번째 열차부터 아홉번째 열차에 탑승했다.

 

   첫 번째 열차 이외에 다른 차량의 좌우측 상단에 모두 정원초과 램프가 점등했다. 파란빛을 발산하는 램프는 매우 작았다.

 

  일제히 자동문이 닫혔다. 드븨시 육선율의 감미롭고 우와한 음악이 생동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소리없이 내려앉는 눈송이가 감성을 자극했다. 미지의 세계를 유영하게 했다.

 

   도시예강철이 출발하자 볼륨이 작아졌다. 여성의 상큼한 목소리,  안내방송이 나왔다. 중국, 러시아, 한국, 3개국어로 안내방송이 이루어졌다.

[ 창밖을 보세요. 탐스런 눈송이가 참 포근합니다. 안녕하세요. 항상 좋은 하루가 되세요.

   (주) 예강철은 안전하고 편안합니다. 지금 타고 계신 열차는 저희 회사에서 개발한 도시예강철입니다. 저소음, 극소진동, 무굉음을 현실화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방 100m에 철선변환기가 있습니다. 철선변환구간에서 저소음과 무굉음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km 지점에 1번 관측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일반제동으로 정차합니다. 주식회사 예강철은 오늘도 세계로, 미래로 질주합니다. 항상 좋은 하루되세요. ]

 

   도시예강철이 아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승객은 반작용을 느끼지 못했다. 작용반작용 기계메카니즘이 제어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출발, 정차가 실현된 것이다.

 

  철선변환구간을 지났다. 중국어에 능통한 천소장이 중국국철대표에게 말했다.

[ 방금, 철선변환구간을 지났습니다. ]

 

   철선변환구간 철로변에 앉아 측정을 마친 러시아, 중국의 촬영기사와 음향기사가 일어났다. 측정기기를 조작하는 음향기사가 감탄했다.

[ 야, 아이철선은 다 부셔 버릴  것같이 굉음이 엄청난데 이 넘은 소음수준이야. 보자, 몇   db  냐 ? ]

 

   소음 귀마개를 벗어 목에 건 촬영기사가 촬영장비를 챙기며 감탄했다.

[ 열차가 지나는 바로 옆이라서 둔탁한 굉음을 걱정했는데... 소음도  없어. ]

 

음향기사가 끄덕였다.

[ 그래, 그래. 나도 굉음을 못들었어.  65db,  소음이 약간 있더라고... ]

 

 

   바벨직원은 옆 좌석에 앉아있는 러시아국철대표에게 천소장이 하는 얘기를 정리해서 설명했다.  서있는 페드로프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국철대표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 네? 지났다고요? 철선변환구간을? ]

 

천소장이 경쾌한 미소로 화답했다.

[ 예, 조금전... 극소음, 무굉음이 예강철제작소의 저력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예강철, 철선변환기, 카오스삼각철선, 지반일체식 침목의 강점입니다. ]

 

   1번 관측소 정차표식이 있는 철로변에서 중국, 러시아국철 전문가 4명이 도시예강철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제동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서이다. 4명의 전문가 뒤에 촬영기사와 음향기사가 예강철 진입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

   눈이 철선위에 녹아내린 철길에 도시예강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감속하며 정차표식에 정확히 섰다. 부분적인 결빙과 눈덮인 상태의 삼각철선 위에서 제동했다. 그러나 미끄럼이 전혀 없었다.

 

  참관측정단 촬영기사가 일어섰다. 음향기사가 눈이 휘둥그레, 측정치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 세상에... 30db야. 30... ]

 

  도시예강철이 정차했다. 서있는 페드로프 소장이 참관단을 향해 말했다.

[ 지금밖이 매우 춥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린 눈이 서서히 결빙되는 기후조건이지만 도시예강철은 미끄러지지 않고 정차했습니다. 예강철의 제동성능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쏠리는 느낌을 받은 분이 있습니까? ]

 

  참관단이 창밖을 내다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소리쳤다.

[ 지금 열차가 선거요? 언제 섯지? ]

 

 도시예강철이 다시 출발했다.

[ 지금 도시예강철이 출발했습니다.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쏠리는 느낌을 받은 분이 있습니까? ]

 

   러시아 참관단의 한 사내가 신기한 듯 호기심있는 목소리로 호응했다.

[ 못 느껴습니다. 거참, 이게 작용반작용, 뉴튼이 말한 운동법칙을 적용했습니까 ? 몇 법칙이더라 ? ]

 

페드로프 사장이 만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나도 1법칙인지, 2법칙인지, 3법칙인지, 갑자기 생각이 안납니다. 애덜 물리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ㅎㅎ, 예강철은 도시, 고속, 화물 모두 작용반작용 제어 기계메카니즘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

 

참관단 소속 한 사내가 끼어들었다. 그가 소리쳤다.

[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기술같은데 맞습니까 ? ]

 

페드로프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예, 모든 수송기계에 적용되는 기술입니다. ]

 

취재하던 여성기자 하나가 나섰다.

[ 상하이 자동차가 인수한 평택 쌍용자동차와 협력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 ]

 

페드로프 사장이 음흉한 미소를 드러내며 화답했다.

[ 현재로선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철도사업이 바쁘기 때미 구체적인 계획이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리고...

   예강철은 일반제동시, 쏠림현상을 느낄 수 없습니다. 급제동시, 일반열차는 큰부상 등 안전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예강철은 작은 쏠림현상밖에 안 일어납니다.

   조종사의 조종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닙니다. 예강철은 오토바이만 탈 줄 알아도 누구든지 조종할 수 있습니다. ]

 

  손을 오무린 여성기자가 옆의 동료와 잡담을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페드로프가 하는 말을 외면했다.

여기자 : 저, 넘이 무슨 소리하는 지 알아 ?  

동료 : 뭔 소리 ?

여기자 :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속보인다. 속보여. 지가 러시아 넘이라 이거지.

동료 : 러시아가 예강회장 보유 자동차 기술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 ?

 

    2번 관측소는 급제동 성능을 측정한다. 중국, 러시아국철 전문가 4명이 눈내리는 철로변에 서서 도시예강철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털모자, 외투로 중무장했다.

   예강철 안전요원은 여성 마네킹을 부둥켜 안고 있다. 예강철이 시속 100km로 150m 전방에 모습을 드러낼 때 마네킹을 삼각철선 위에 민첩하게 걸칠 것이다.

 

차량내 설치된 lcd 모니터에 전방이 나타났다. 천마표 소장이 말했다.

[ 차내 모니터를 보시기 바랍니다.  잠시후, 삼각철선위에 여성 마네킹이 뛰어들 것입니다. ]

 

   눈내리는 철길을 도시예강철이 100km/h로 달렸다.  갑자기, 속도가 급속히 줄었다. 참관단은 약간의 쏠림현상을 느꼈다.  수초를 사이에 두고 또 다시 속도가 급속히 줄었다. 참관단은 아까보다 조금 약한  쏠림현상을 느꼈다.  이어, 아홉량 열차 승객 모두 심하게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좌석에서 이탈하거나, 서있는 승객이 심한 충격을 받는 쏠림은 아니었다. 도시예강철이 급제동 정지한 것이다.

 

천마표 소장이 lcd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 도시예강철은 눈, 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전후 제동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급제동이 탁월합니다. 바로 세울 수 있었지만, 승객의 안전을 고려해서 여유있는 제동을 한 것입니다. ]

 

    급정차한  도시예강철 60m 전방에 연분홍 빤스만 입고 있는  여성 마네킹이 삼각철선위에 걸쳐있다. 촬영기사와 음향기사가 측정을 마치고 일어섰다.

 

   자동차와 달리 급제동에 의한 급정차가 불가능한 열차, 살벌한 정글, 억울한 세상에서 살아온 참관단원 모두가 박수로 환호했다. 누군가 소리쳤다.

[ 은하철도 999보다 낫다! 박수!! ]

 

   3번 관측소는 곡선이 아주 심한 구간이다. 곡률반경이 매우 작은 구간이다. 도시철도의 특성상 고속주행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도시예강철은 곡선구간에서 고속주행했다.  3번관측소에는 예강철 직원의 안내를 받은 촬영기사와 음향기사가 정밀관찰하고 있었다.

 서있는 페드로프 사장이 두팔을 들어보이며 참관단을 향해 말했다.

[ 이 구간은 곡선이 매우 심합니다. 지금 곡선구간을 통과중입니다.  이런구간에서 일반열차는 원심력 제어 능력이 없기 때미 쏠림현상이 일어납니다. 도시예강철은 고속, 저속 등 주행속도와 관계없이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원심력 제어 기계메카니즘이 쏠림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이 장치의 놀라운 성능은 고속예강철, 항공예강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4번 관측소가 위치한 곳은 훈춘시에서 멀리 떨어진  훈풍이다.  300 가구가 촌락을 이룬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10km 구간 가운데 유일하게 역사가 건축되어있다. 역의 이름은 훈풍역이었다. 각종 편의 시설 공사가 진행중이다. 승객의 승하차가 편안한 승강장이 있었다. 그러나 바닥 마감이 덜된 상태였다.

 

 

 

 

 

 

 

 

 떠밀린 길림성장  

 

 

    참관단, 예강철 직원이 훈풍역에 내렸다.  간간히 휘날리는 눈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눈을 즐기며 촌락에 다다랐다. 훈풍 주민이 준비한 점심식사 대접을 받았다.

 

    중국, 러시아 정부 참관단을 따라 다니는 전문촬영사가 훈풍역사의 구석구석, 사사로운 것까지 꼼꼼히 녹음동시 촬영을 했다.  촬영기사와 보조를 맞추는 음향 전문기사는 음향채집 즉시 db 측정기 버튼을 눌렀다. 촬영기와 연결된 마이크에 대고 db 측정치를 음성 입력했다.

    5번 관측소는 10km 원천노선의 종점이다. 현재 도시예강철이 종점에 정차해 있다. 오후일정에 따라 예강철제작소 정비창을 출발한 고속예강철과 화물예강철이 훈풍역에서 잠시 정차후 종점을 향해 출발할 것이다.

    그 다음, 종점을 출발한 화물예강철이 훈풍역을 통과한다. 그 다음, 종점을 출발한 고속예강철이 훈풍역에 있는 참관단과  예강철 직원의 일부를 태우고 예강철 제작소로 돌아오게 된다. 나머지 예강철 직원은 뒤따라 오는 도시예강철에 탑승하여 돌아오게된다.

    단순한 공간배치 건축기법이 도입된 훈풍역은 공사중이었다. 중앙 승강장이 정면으로 보이는 개찰구에 들어서면 200여명이 운집할 수 있는 중앙공간이다. 이 공간의 양편은  2층 구조물이다. 이 곳은 역무실과 통제실 용도로 건축되었다. 길쭉한 승강장 위쪽과 아래쪽은 건축물에 의해 폭이 좁았다.

   각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와 영상기사가 역사무실과 통제실에서 취재했다.

호기심만은 비만몸통의 중국국철대표가 페드로프 사장에게 주문했다.

[ 러시아 국철과 우리는 고속예강철의 진입을 지켜보고, 뒤따라 올 도시예강철을 이용해서 제작소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해 주십시오. ]

 

페드로프 사장이 예정에 없던 요구를 가볍게 수용했다.

[ 예,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

 

   러시아, 중국국철 대표와 6명의 중국, 러시아 국철 연구소 관계자가 참관단 대열에서 이탈했다. 중국, 러시아 촬영기사와 음향기사 4명이 있는 철선변환기 지점으로 이동했다.

   발목이 빠지는 눈밭을 지나 철책의 작은 쪽문으로 들어갔다. 눈을 겉어낸 계단에 어느새 눈이 두껍게 덮여 있었다.

   종점방면 승강장 100m 지점의 철선변환기가 잘보이는 곳에 있던 4명의 기사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이 일어섰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서 당황했다.

 

그들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 오서오십시오. ]

 

러시아국철대표가 화답했다.

[수고많습니다. 우리가 옆에 있어도 방해가 안되겠지요 ? ]

 

   중국, 러시아 국철 대표와 수행원 일행이 철선변환기와 승강장이 잘보이는 곳에 서서 종점 방향을 주시했다.

 

중국국철 대표가 러시아 국철대표에게 말했다.

[ 고속예강철이 철선변환기를 고속으로 통과해도 굉음을 들을 수 없답니다. ]

 

러시아국철대표가 말을 받았다.

[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게다가, 저속, 서행이 아닌 중속으로 승강장에 진입한답니다. ]

 

중국국철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 잠시후에 뛰어난 제동성능을 자랑하는 고속예강철의 성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ㅎㅎ. ]

 

  철로는 눈으로 덮여 있어 두줄의 길고 긴 삼각철선만 시커먼 몸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호기심많은 중국국철대표가 철로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비서를 손짓했다. 비서가 철로 안으로 들어섰다. 어느새 중국국철대표가 장갑손으로 눈을 거두어 내며 말했다.

[ 여기서부터 사방 1m만 까보자. 어서... ]

 

 

 

 

   고속예강철의 다섯 번 째 차량은 최고급 귀빈석이다. 제작소 방면 승강장 가운데 지점에서 고속예강철의 탑승을 기다리는 러시아 극동대표, 길림성장 등 참관단이 삼삼오오 정담을 주고 받았다.

   하나 둘 훈풍역으로 모여드는 동북아 주민이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동북아 주민의 인해전술은 출입을 통제하는 십수명의 공안원과 예강철 직원을 무장해제 시켰다. 

   세계최초 고성능 고속예강철이 보고 싶어서 천리를 마다하지 않은 동북아지역 주민과 예강철 직원 등 워낙 많은 사람이 중앙 공간뿐 아니라, 공간의 끝 승강장까지 북새통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출입이 통제된 종점방면 승강장  역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민을 초청한 적이 없다. 어떻게 알고 모였을 까? 점심식사를 준비했던 훈풍주민의 입소문 때문이었다. 출입을 통제했지만 막무가내로 밀려드는 주민들...   동북아 주민, 예강철 직원, 참관단이 뒤섞였다.

   삼각철선이 내려다 보이는 가운데 승강장 앞에 러시아극동대표, 길림성장이 서있고, 페드로프 사장과 천소장이 양 옆에 서있었다.  동북아지역 주민과 예강철 직원에게 떠밀려 승강장 아래로 떨어질 지경이었다.

  위품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러시아극동대표와 길림성장이 밀리지 않으려고 몸을 뒤로 재꼈다.

러시아극동대표가 여유를 보이려고 길림성장에게 말을 걸었다.

[ 성장님, 내가 듣기로 이 지역에 탈북자가 많다고 합니다. ]

 

   바벨직원은 필사적으로 통역임무를 수행했다. 길림성장이 말을 받았다.

[ 북쪽하고 국경이 접한 지역이 되서 그렇습니다. ]

 

러시아극동대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예강회장이 탈북자때미 많이 괴로워 합니다. 탈북자 문제를 우리가 나서서,  인권을 거지발싸개로 아는 미국애덜이 인권을 무기로 중국을 찔러대는 것도 보기좋지 않으니...  어쿠 ! 밀지마시오 !! 떨어지겠소 ! ]

 

   뒤에서 밀려오는 무지막지한 힘에 의해 떠밀린 경호원이 러시아극동대표를 밀게 된 것이다. 고의가 아니었다. 한머터면, 철로로 떨어질뻔 했다.

[ 이봐, 경호원 나하고 자리 바꾸세. 자네가 내 앞으로 오게. ]

[ 예. ]

 

   힘좋고 건장한 경호원이 승강장 앞에 섰다. 그의 등뒤에 러시아 극동대표가 섰다. 경호원은 안 밀리려고 안간힘을 썻다.  안정을 찾은 러시아극동대표가 길림성장에게 말했다.

[ 조금전, 탈북자 문제 말이오. 예강회장을 봐서 우리가 힘 좀 써봅시다. ]

 

   길림성장은 러시아극동대표처럼 자신의 경호원과 자리를 바꾸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았다. 그가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 극동대표님, 내 권한 밖입니다. 조어대... 어쿠! 밀지 마시오! 떨어지겠소 !! ]

 

 

 

 

  눈을 치우자 사방 1m의 철로가 짙은 노란색이 뒤섞여 하얗게 드러났다. 중국국철대표가 유심히 살펴나갔다.

음, 듣던대로군. 침목이 없어. 침목이 안보여... 그럼, 지반일체형 침목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지 ? 어떤 넘이야.

 

   그가 유심히 살펴나갔다. 철로 옆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러시아국철대표와 그 일행이 하나 둘 소리쳤다.

[ 예강철이 들어옵니다. 어서 나와요! ]

 

   지반일체식 침목을 찾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쇠석과 삼각철선을 고정하고 있는 철편위의 사각봉만 보였다. 너무 골몰하다보니, 철선옆에서 일행이 다급하게 불러대는 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있냐 ? 그 넘 희안한 넘일세.

 

   지금까지 살면서 철도상식상 철선의 진동이나 소음,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리와 진동을 의지하여 열차방향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이 관행때미 10명중 1명이 딴생각하다가, 정신을 엉뚱한 곳에 세일하다가, 진동과 소음이나 굉음을 놓쳐 열차에 치여 죽는 일이 많았다.

 

   기존열차와 달리, 예강철은 진동과 소음이 워낙 미세하고 굉음이 없다. 자신의 철도상식을 엄마처럼 믿던 비서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엄청난 속도로 다가서는 고속예강철을 보고 말았다. 정신이 퍼뜩난 비서가 철로 밖으로 튀어 나가며 중국국철대표의 팔뚝을 부여잡고 잡아 끌었다.

 

  순간, 중국국철대표가 주저앉으면서 끌려나가다가 삼각철선에 옆구리 아래부분이 충돌하여 걸려서 댕겨도 딸려나오지 않았다. 중국국철대표는 엉덩이에 가해진 물리적 충격으로 뼈가 사무쳐서 정신을 잃을 지경에 처했다.

으으...

 

   비서는 사색이 되어 결사적으로 댕겼다. 어느누구도 달려들지 못했다.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거대한 쇠덩어리에 금방 치일 것만 같아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냥 치이나봐. 웅성시끌 어떡하냐 18!!

 

   순간, 러시아국철대표가 급히 달려들어 목덜미 옷을 부여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어 ?  안들리네. 이거 사람이야. 어미 돼지야 ? 으차! 18!! 이얏!!

 

   순간, 중국국철비서가 뒤로 넘어가며 중국국철대표의 육중한 몸통이 비서를 덮쳤다.   러시아국철대표는 함께 휩쓸려서 옆으로 넘어갔다.

 

   순간, 세사람이 철로밖으로 튕겨나가 엎어지고 자빠졌다. 이들은 고속예강철이 소름끼치게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눈밭이라서 완충작용이 일어나 비서는 다치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던 러시아국철대표가 인상이 이그러지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가 조심조심 인상을 조절해가며 예리한 조각을 더듬었다.

으으, 18! 그냥 승강장에서 기다리는건데.  아아야~ 이 돌이 왜 안빠져 ? 저 호기심많은 중국대표때미 무슨 고생이야...

 

   그가 더듬어보니 예리한 불규칙 쇠석이 마치 몸통을 깊이 파고든 칼날같았다. 부축하려고 달려든 사람들이 조심스레 관찰했다.

이거 뚫고 들어갔나 ? 죽는 거 ? 돌맹이에 찔려 죽은 넘 ? 흐흑!!

 

 

   고속예강철을 조종하는 예강회장과 그 옆의 전문조종사가 놀란 가슴을 호흡으로 달래며 속도를 줄여가는데 승강장이 인산인해...

휴, 일 치를 뻔했네. 조금전 철로에 뛰어든 그 넘들 누구야!! 싸움? 혈투? 할 일 더럽게... 으으, 뭐야 ?

 

   인산인해 승강장이 순식간에 시야에 들어왔다. 예강회장이 아찔했다. 조금전, 승강장 상황을 연락 받았지만 해도해도 너무했다.

우아, 살벌하다!!  급제동 다시 시작!! 흐흑, 비상제동 준비!!

 

   비상제동과 달리 급제동은 여유있는 제동에 속했다. 비상제동은 40m 착륙거리를 자랑하는 방식, 함재기를 낚꿔채는 항공모함 방식을 채용하고 있기 때미, 전투기 조종사의 안전벨트수준이 아닌 예강철의 승객이 죽거나 대부분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비상제동은 최악상황이나 화물예강철에서만 허용했다. 다행히 고속예강철에 예강회장과 전문조종사뿐이어서 비상제동이 허락되었다.

 

   길림성장이 부드러운 진입 경적음악을 들었다. 전방 200m에서 고속예강철이 승강장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고속주행하는 고속버스의 제동성능보다 뛰어난 제동력을 자랑하는 고속예강철이다. 뛰어난 제동성능을 갖추고 있어 기존 열차처럼 느린 속도로 진입하지 않으려던 예강회장의 계획이 시련을 맞았다. 

 

   사고위험으로 제동이 시작되었지만 속도가 엄청났다. 다급한 3국언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강장이 혼잡합니다. 승객여러분 ~ 한걸음씩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 ]

 

   승강장의 눈이 바빠졌다. 세계최초의 고성능 고속예강철을 보기위해 목을 길 게 빼고, 까치발을 띠고, 몸통을 앞으로 최대한 숙였다. 이 바람에,  승객 안전선에 선 사람들이 등뒤에서 가해지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밀리기 시작했다.

   철로에 안 떨어지려고 애를 썼다. 몸통을 뒤로 재끼며 발끝에 힘을 모았다. 그러나 발이 철로방향으로 조금씩 미끄러졌다.

 

 러시아극동대표가 말했다.

[ 권한 밖 ? 탈북자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예강회장의 마음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노력해봅시다. ]

 

안 밀리려고 애쓰는 길림성장이 말을 받았다.

[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그게 권한 밖의 일...  으 악 ! !  ]

 

   순간, 두 사람의 러시아 경호원이 능숙한 솜씨로 러시아극동대표를 감싸 잡더니 몸을 틀며  개찰구 방향으로 팔을 최대한 뻗쳤다.  그 다음, 산악 갈고리 닮은 손으로 잡히는대로 움켜 잡았다.    순간, 상의 잠바를 잡힌 동북아 주민은 운이 좋았다. 넥타이와 양복 깃을 잡힌 사내의 얼굴이 사색이 다 되었다. 그는 교수형이 어떤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했다.

 

  승강장 안전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넘어서는 절대 안되는 선을 이미 넘어 버린 동북아 노인이 보였다. 동북아 주민된 처녀가 곱게 길러내린 머리채가 노인의 생명을 움켜쥐고 있었다.

 

엄마야 ~ 흐흑! 아얏! 아아 아~ 이거 놔요. 흐흑! (집에 그냥 얌전히 있다가 시집이나 갈걸) 아아...

 

    어떻게 잡은 지푸라기인가 ?  필사적으로 살려고 젖먹던 힘까지 보탠 동북아 영감은 애써 외면했다.

 

   미안...  헐헐, 참 곱고 참해. 내 며느리.. 대신 내 생명...  (웅성시끌)

(  정말 ? ) 호호, 한번 참아볼께요. 아하 아 ~ ~

 

    35m 전방의 고속예강철에서 시퀜스 제어되는 여러 비상제동장치가 동시 작동했다. 동시에, 자동으로  비상경적이 마구 울려댔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급하게 외쳤다.  

 

 사람이 떨어졌다!!  앗! 열차닷!! (웅성시끌) 열차 세워라! ( 팔을 휘저으며 정지! ) 정지!! 정지!! (夷夷, 흐흑! 더듬지 마세요. 제발 ) 정지!!  두 사람이다. 뭐? 두 사람이나 ? 성장이다. ( 웅성시끌)  성장님이 콩가루 됐어 ?

 

  모두 한마디씩 열을 올렸다. 넥타이를 잡힌 사내는 유독 말이 없었다.

 

    순식간... 누가 떨어졌나 궁금해진 뒷사람들이, 상황이 궁금해서 고개를 빼고 몸통을 앞으로 숙였다. 전진하려는 몸통자세에 의해 사람들이 도미노 방식으로 밀렸다.

   동시에,  철선아래로 고개를 내밀던 참관단원과 예강철 직원, 동북아 주민이, 뒤에서 가해지는 무지막지한 도미노의 힘에 의해 떠 밀려서, 승강장 아래로 마구 떨어졌다.

 

    순식간...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몸통을 일으키던 길림성장과 경호원이 쏟아져 내리는 육중한 몸통에 치어 다시 철선위로 쓰러졌다.

 

    순식간... 경호원은 끝까지 길림성장의 팔뚝을 댕기며, 철선밖으로 밀어내려고 안간힘이다. 이내 힘이 딸려서 포기했다.  

 

    순식간... 승강장 중앙 홈아래 철로는 홈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아수라장... 승강장으로 진입한 고속예강철이  뒤엉킨 사람들 2m 전방에서 정차됐다. 길림성장 몸통 앞 7m 전방에서 멈췄다.

 

 

 

 

 순식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페드로프 사장과 천소장이 어느새  철로로 내려와 길림성장을 부축했다.  천소장이 부상여부를 살폈다.

[ 성장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

[ 난 괜찮네. ]

 

    575km/h를 목표로 개발된 고속예강철이다. 급제동, 비상제동 관련 안전장치가 모두 작동했다. 고속예강철을 조종했던 예강회장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전문조종사와 함께 급히 조종사실에서 나와 철로로 뛰어 내렸다.

 

예강회장이 침착하게 말했다.

[ 성장님! 괜찮으십니까 ? ]

[ 난, 괜찮아요. 다친 사람 있나요 ? ]

 

   마빡에 찰과상을 입은 사람, 무릎이 까진 사람,  허리를 삐끗한 사람 등  경미한 부상자가 여럿나왔다. 신발 한 짝을 잃어 버린 소년이 철선주변을 살폈다.

 

   페드로프 사장과 천소장이 손을 모아 예강철 직원을 향해 소리쳤다.

[ 주민을 모두 내보내 ! 어서! 내보내 !! 추락사망 사고 !! ]

 

 

*

훈풍역 승강장이 여유를 찾았다.

 

   승강장에 선 두 경호원이 손을 내밀어 성장을 끌어 올렸다. 성장이 자신의 팔뚝을 주무르며 말했다.

[ 음, 조금전 있었던 일은 경호일지에서 빼게. ]

 

경호원이 미적거리며 말했다.

[  저어, 사고직후, 조어대에 급히 보고했습니다.  벌써 부성장이 직무 대행으로...  ]

[ 異夷... ( 흐흑! )  오늘따라 쓸데없이 민첩하군!! ]

[ 저어, 추가보고해야 합니다. ]

[ 에이잉! 내가 할테니 신경 꺼!! ]

 

   예강회장은 전문조종사와 함께 동북아 주민된 소년의 신발을 찾느라 승강장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여기저기 탐색에 몰두했다.

 

소년이 예강회장과 전문조종사에게 손짓했다.

[ 늙은 아저씨는 저쪽, 젊은 아저씨는 요쪽, 나는 이쪽에서 찾을께요요. ]

 

상해출신 한족 전문조종사가 어떨결에 어눌하게 통역했다.

[ 늙은 아저씨.. 죄송~ 회장님은 저쪽에서 찾으시랍니다. ]

[ 늙은? 알겠네. ㅎㅎ, 내 참, 내가 늙어 보이나 ? (흐흑!) ]

 

   우탁의 지팡이로 세월을 막을 수 없다. 그 넘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내 달려 내 등뒤에 서있기 때문이다.

 

예강 : ( 길을 막자 )  세월아, 어디 와봐라. 이 지팡이로 사정없이 두들겨주겠다!

세월 :  우하하하!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예강 : 헉!! (흐흑!) 어느새...

 

 

   예강회장이 손 바닥으로 자신의 대가리을 쓰다듬었다. 듬성듬성 흩어지는 하얀 털...

 

러시아극동대표가 성장의 손을 잡으며 안정시켰다.

[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한머터면, 콩가루될뻔 했소이다. 기존 열차같으면 수백m를 미끄러질 속도였소. 제동성능이 대단한 고속예강철입니다.

   이런 열차를 개발한 예강회장은 생명의 은인이오. 게다가, 성장님을 살리기위해 급제동을 한 예강회장 아닙니까 ? 두 번 생명의 은인입니다.  짐승도 은혜를 안다고 합디다. ]

 [ 네 ? ]

 

   러시아극동대표는 구사일생 길림성장의 魂이 들락날락하는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 적기로 판단했다.

[ 두 번씩이나 ~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 생명의 은인이 예강회장입니다. 탈북자문제 말이오. 탈북자 ! ]

 

   길림성장은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러시아극동대표의 뜻에 어떨결에 말려들었다. 사선을 넘나들어 정신이 혼미한 길림성장은 자신도 모르게 러시아극동대표의 말에 동의했다.

[ ( 두 번씩이나... 아닌 것 같은 데... 그런 가 ? )  아, 내 권한이...  까짓!! 은혜를 갚지요. 조어대에 적극 건의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상황을 공작해가며, 눈치껏 탈북자를 은밀히 보호하겠습니다. ]

 

 

러시아극동대표가 귀뜸했다.

[ 탈북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소이다. 탈북자를  예강철제작소로 보내시오. ]

 

길림성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네 ? ]

 

러시아극동대표가 미소로 화답했다.

[ 제작소내에 허드렛 일도 많고, 월급도 많이 줍니다. 예강철제작소 푸른공간 옆 기숙아파트에 숙소가 남아돕니다. ]

[ 근데, 언제 예강철의 주인이 되셨습니까 ? ]

[ ㅎㅎㅎ,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예강회장의 마음이오. ]

 

    

*

   반대편 승강장 2층 역무실에서 측정하고 있던 촬영기사와 음향측정기사가 상기된 표정이다.  촬영기사가 말했다.

[ 우하하, 지금 우리가 촬영한 거 cctv로 보낼까? 얼마줄까 ? ]

[ 흐흐, 실시간 촬영된 다큐 특종이니까 짭짤하겠지?  성장이 눈치채기 전에 피하자. ]

 

   두 기사는 구부러진 통로로 몸을 피한뒤 계단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

    길림성장은 러시아극동대표에게 많은 얘기를 들었다. 예강회장이 벌써 오래전부터 이 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현재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가끔, 예강회장하고 술한잔 기울이며 동북아의 미래를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극동대표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조어대가 예강회장이 몰래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고 했다. 세계통화, 인류통화, 기축통화 '동북아'의 미래를 준비하는 예강회장의 대가리를 인정,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도 얘기했다.

 

길림성장은 희심의 미소를 흘렸다.

[ 조어대가 묵인하면 뒷탈 걱정없는 것 아닙니까? ]

 

러시아극동대표가 미소를 흘렸다.

[ 여부 있나요 ?  미국이 자꾸 지랄하기때미 强수를 두고 있는 조어대입니다.  그러니까, 예강회장이 하고 있는 못된 짓에 우리도 동참합시다. ]

 

길림성장은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홀가분을 느꼈다.

[ 그러지 않아도 탈북자때미 마음이 항상 무거웠습니다.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

[ 탈북자때미 돈 필요하면, 예강회장의 돈을 갖다 쓰시고요. ]

[ 네에 ? ]

[ 예강회장은 돈밖에 없습니다. ㅎㅎㅎ !! ]

[ 예에... ㅎㅎㅎ!!  잘못알고 계십니다. 예강회장의 대가리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부가 가치라고 합니다.  ]

[ ㅎㅎ, 내가 깜빡했습니다. ]

 

러시아극동대표가 오늘 해낸 일, 자신의 역할을 자축했다.

[ 그럼, 내가 언제 예강회장과 함께 근사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

 

 

 

 

 

 

 

 

 예강철제작소에서 베푼 연회

   예강철제작소 주변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허허벌판이다. 훈춘시내에 나가봐도 제작소내 푸른공간보다 훌륭한 유흥, 숙박시설이 없다.

   예강 7000년 14월 1일 오후 6시에 참관단을 위한 연회가 푸른공간 10층 전망홀에서 시작되었다.

  지하 3층, 지상 10층의 '푸른공간'은  지하 주차장, 고급사우나 +  수영장 + 헬스 + 숙면실, 응급병원, 약국, 식당, 도서관, 전망좋은 휴게시설 + 편의점 등 편안을 제공하는 레저용 건물이다.  아파트형 기숙사로 통하는 유리밀폐형 연결통로가 보였다.  

   1인 1실 원칙 2, 300명 기력,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세계최초 원룸방식과 푸른공간 등 공용공간이 있는 독창성이 돋보이는 기숙 아파트였다.

   칠흙같은 밤, 어둠이 휘감고 있는 고요한 산야, 별이 총총히 빛나는 어두운 밤하늘, 그래서 푸른공간 10층은 더욱 밝아보였다.

   대형유리로 둘러진 전망좋은 전망홀, 참관단은 어둠이 짙게 깔린 산야의 운치에 감탄했다.  되도록 창가에 서서 담소를 나누는 참관단은 흡족했다.

   러시아극동대표, 길림성장, 중국국철대표, 러시아국철대표 등 참관단 거물이 모인 창가에서 담소를 즐기는 예강회장, 페드로프 사장, 천소장이 보였다.

 

   드넒은 푸른공간 전망홀에 생기가 넘쳤 흘렀다. 지바고와 라라의 테마가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 듯 했다.

   피아노 건반의 맑고 투명한 울림, 강약의 음색이 분명한 피아노의 매력과 그 음색을 받쳐주는 현악기의  은은하고 부드러움이, 젊은 감각을 사로 잡았다. 

 

  러시아극동대표가 말했다.

[ 오늘 참관식은 세계최고 수준의 철도성능을 직접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인류 철도역사의 기존 상식이 한 순간에 뒤집어진 하루였습니다. ]

 

예강회장이 화답했다.

[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불미스런 사고가 생겨서 성장님께 송구스럽습니다. ]

 

길림성장이 겨우 입을 열었다.

[ 아닙니다. 극동대표와 말담에 열중하느라 정신 못차리고 떠밀린 제가 오히려 송구스럽습니다. ]

  

   예강회장이 페드로프 사장과 천소장을 옆으로 불러세워놓고 10km 원천노선 건설 공로를 치하했다. 그러자, 러시아극동대표 등 모두 한마디씩 칭찬과 격려의 말을 했다.

 

  천소장은 예를 표하고 물러갔다. 페드로프 사장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예강회장이 붙잡았다.

[ 옆에서 좋은 얘기를 귀담아 듣게. ]

 

   겸손한 말담이 무르익었다. 어느새 화재가 하나 둘 바뀌더니, 예강회장이 무용담 닮은 얘기를 시작했다.

[ 아까 훈풍역 승강장 진입전에 아찔한 사고가 일어날 뻔 했었습니다. ]

 

길림성장이 힘들어 했다.

[ ( 흐흑!! 결국 올 것이 왔구나 / 알았어요. 알았어. 도마위로 기어 올라가서 그다음은? 누울까 엎드릴까 ? 흐흑!! / 옆으로 길게 ? 알았어 ) 으으, 음... ]

 

  러시아국철대표, 중국국철대표가 화들짝 놀란 가슴을 토닥이듯 호흡을 고르며 모른 척했다.

 

예강회장이 말을 풀기 시작했다.

[ 아 예, 글 쎄 이 지역 주민으로 추정되는 두 넘이 승강장 전방 100m 지점 철로 안에서 뒤엉켜 싸우더라고요. 한 넘은 등치가 컸고, 한 넘은 표준체형쯤 되어보이는데... 날씨가 워낙 꾸물꾸물 흐리다보니 시야가 어두웠지요. ]

 

   예강회장은 전문조종사와 함께 유리지바고와 라라의 테마를 들으며 설경에 취해 질주했다. 창밖의 설경을 힐긋, 전방을 힐긋 여유있게 주행했다. 손박자, 몸을 가볍게 율동타며, 설경을 감상하며, 훈풍역이 가까워지자 100km/h 속도로 줄였다.

 

   지바고의 애타는 사랑, 애절한 사랑을 상상하며 설경을 힐긋, 전방을 힐긋하는 순간, 그 순간, 어두운 전방 시야에 희미한 움직임이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는데 바로 10 여m 앞에 뒤엉켜있는 세 넘을 본 것이다.  예강회장과 전문조종사는 너무 놀라 자즈러지듯 아찔했다.

 

   고속버스보다 뛰어난 제동력을 갖춘 고속예강철이다. 제동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성능 발휘가 무조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성능발휘는 조종사의 search와 motion study에 노출되어있다. 다시 말해서,  설경인식후 감상에 수초를 소비한 다음, 전방인식으로 전환하고, 식별판단(search)을 하는 그 짧은 순간의 잃은시간때미  제동시기(motion study)를 놓치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비상제동 시간도 함께 잃게된다.

 

1) 표준 제동 = search  ---> motion study

2) 늦은 제동 =  search  ---> 잃은시간(lose time)  ---> motion study

잃은시간 = 설경인식후 감상에 수초를 소비한 다음, 전방인식으로 전환.

 

예강회장이 말했다.

 [ 가시거리에 뒤엉킨 두 넘이 들어왔을 때, 아주 짧은 순간,  키가 큰 넘이 보였어요. 급제동했지만 이미 늦은 제동이었지요.  ]

 

   '뒤엉킨 두 넘'은 중국국철대표와 그 거구를 끌어내려던 국철비서였다. '키가 큰 넘' 은 바로 러시아국철대표였다.

 

   중국국철대표가 한쪽 다리에 힘을 빼어 오른쪽 둔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테이블에 기댄뒤, 어눌한 자세로 와인병을 들어 자신의 잔에 가득 채우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그의 표정은 모든 것을 강도에게 다 털린 거부+졸부의 허탈한 가슴이었다.

 

   러시아국철대표는 오른쪽 겨드랑이 옆을 조심조심 문지르며 와인을 두 번에 들이켰다.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은 충동, 숨어 버리고 싶다는 애절한 눈빛이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지바고와 라라의 테마가 초라한 자신처럼 다가왔다.

 

    길림성장은 자신의 추락사건이 단일 화재거리로 등장하지 않는 지금 이순간이 기뻤다. 외로운 고문을 당해 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

 

   러시아극동대표는 매우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강회장의 놀라운 얘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 그 넘이 뒤엉킨 두 넘중 등치 큰 넘의 뒷덜미를 잡더니 밖으로 튀더라구요. 장애물이 사라졌는데 뭐하러 급제동을 유지합니까 ? 순간, 제동을 풀었지요. ㅎㅎ. ]

 

중국국철대표와 러시아국철대표는 ' 넘' 소리가 나올 때 마다 가슴이 철렁, 채찍질 당하는 고통을 느꼈다.  

 

예강회장이 도리질을 해댔다.

[ 그 넘들 생각하기도 끔찍합니다. 십년감수 했습니다. ]

   

 

   예강회장의  진입속도 계획은  100km/h로 달리다가 승강장이 보이는 입구 100m 지점에서 감속이 시작되는 순차적인 제동방식이었다.  

   그러나 중국국철대표의 호기심 때문에  놀라서, 승강장 전방 110m 지점에서 1차 감속했다. 직후, 승강장 인파를 보자마자 승강장 전방 50m 지점에서  2차 감속했다.

 

예강회장이 중국국철대표와 러시아국철대표를 번갈아 본며 예를 표했다.

[ 블=훈 노선을 완공, 양국 국철에 인계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오늘 철로에서 뒤엉킨 세 넘때미 십년감수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철로 주변 단속을 잘해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

 

   두 국철대표가 괴로운 듯,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어느새 와인을 들이켰다.

 

길림성장과 러시아극동대표를 보며 말을 이었다.

[ 예강철에 치어죽으면 벌금을 쎄게 물려주십시오. 철로에서 놀거나, 무단 횡단하거나... 아무튼, 철로에 장애를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벌금이 아닌 형사처벌을 부탁합니다. 오늘 당해보니 남의 일이 아닙니다. 부탁드립니다.  ]

 

러시아극동대표가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 그래요. 그게 어디 남의 일입니까 ? 새겨 듣겠습니다. ]

 

길림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승강장 추락사고를 내가 오늘 당해보니 정말 남의 일이 아닙니다. 승강장 관리하면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도록 길림성내 승강장 관리부터 모든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 

 

 

   중국국철대표는 허리가 신통치 않다며 창가를 떠났다.

 

   러시아국철대표는 담소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빠져나갈 핑계도 마땅치 않았다. 바로 앞에서 정담을 즐기는 쌩쌩한 러시아극동대표와 길림성장이 부러웠다.

 

   러시아국철대표는 대형창의 지지 대들보에 몸을 기댄채 오른쪽 겨드랑이에 손이 가끔 들어갔다.

하필 경음악 '닥터 지바고' 만 나오냐 ? 겨드랑이 뒤 윗부분이 왜 이리 쑤신다냐. 휴, 의사가 절실한데 '의사 지바고 '만 나오니까 의사밖에 생각 안난다. 의사가 그립다. 그리워.... 근데 지바고는 전문이 뭐지? 산부인과? 피부과? 내과? 정형외과였으면 좋겠... 좋으면...

 

    중국국철대표가 테이블 좌석에  앉아 혼자만이 들을 수 있는 신음을 토해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가 좀 어눌했다. 오른쪽 둔부를 살짝 들어 압력을 줄인 방법으로 통증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삼각철선을 받치고 있는 침목 생각에 골몰했다. 와인 한잔을 입에 물고 삼켰다.

도대체 지반일체형 침목이란 넘이 신기해. 어떻게 생긴 넘이길래, 내 눈이 침목을 못찾지. 허참... 무슨넘의 열차가 소리없이 들어오남 ? 그것도 고속으로... 삼각철선에 진동도 없었어. 기존열차는 철선이 막 울리는데 말여. 한머터면 콩가루될 뻔 했네.

그나저나, 예강철이 운행되면 큰 일이 많겠어. 기존열차 상식을 가진 년넘이 많이 날개 달겠어. 소리, 진동에 의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던 사람들이...

 

   창가의 벽에 은근 슬쩍 기대어 담소를 나누는 러시아국철대표의 안색이 창백했다. 그의 미소뒤에 숨은 마빡의 식은땀이 조명빛에 영롱했다. 그가 가끔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었다. 그에게 지바고와 라라의 테마가 오늘따라 더 애절하게 들려왔다. 하필 경음악 '닥터 지바고' 만 나오냐 ? 난 지금 의사가 필요하다. 의사 의사 의사 지바고 의사 의사... 경음악 의사말고 정형외과 의사가 ... 흐흑!!

 

 

   길림성장은 도대체 안쑤시는 부위가 없다. 그러나 은근한 통증이라서 담소를 나누는데 지장은 없다.

 

  쌩쌩한 러시아극동대표가 활기차고 유쾌하게 예강회장과 담소를 즐겼다. 그에게는 의사가 필요없어 보였다.

 

   예강회장 역시 쌩쌩했다. 러시아 철도연구소 소속 참관단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페드로프 역시 더 쌩쌩했다.  중국철도연구소 소속 참관단과 담소를 즐기는 천소장 역시 쌩쌩했다.

 

   전망홀 창가에 선 예강회장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백포주의 은은한 향을 음미하며 푸른공간을 자랑했다.

[ 극동대표님, 우리 제작소내 병원, 약국이 큰 일을 합니다. ]

 

러시아극동대표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와인잔을 내리며 화답했다.

[ 여기에 병원이 있다고요 ? ]

 

   러시아국철대표, 길림성장은 귀가 번쩍, 솔깃했다. 안 아픈 척해서 누구도 병원과 약국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했다. 지금 겉은 멀쩡해 보여지만 속이 편치 않았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급한 대로 훈춘의 병원과 약국으로 달려갈 판이었다. 두 사람은 귀를 열어놓고 거의 동시에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저녁 7시 20분이었다. 이 밤에 제작소내 병원과 약국이 열렸을 까 생각했다. 그들의 시선이 예강회장의 입에 집중되었다.

 

예강회장이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 1층에 병원이 있습니다. 처음엔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가족이 있어도 데려오지 못했던 1,270명 예강철 직원이 근무시간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거나, 필요약을 구할 수 없었지요. 여기가 훈춘과 멀리 떨어진 오지 아니겠습니까 ? 지금은 신혼, 미취학 아동 가족이 상주합니다. 앞으로 학교도 지어야 하고... 가족 아파트도 계속 지어야 하고... ]

[ 그렇지요. 처음엔 완전히 허허벌판 야산... ]

 

[ 약국은 초기에 당장 개설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이 힘들었습니다. 무지 무지... ]

[ 의사 구하기 ? ]

 

예강회장이 러시아극동대표의 직관에 감사했다.

[ 예, 맞습니다. 오랜 경력의 의사구하기가...  앞으로 주식회사 예강철의 수십개 종합병원 설립계획, 종합병원 창립공신 최고책임자로 대우하겠다는 기법을 써서 결국 구했습니다.

 

   의사는 모두 교수급 경력자입니다.  응급의학과 2명, 외과 1명, 내과 1명, 소아과 1명, 한의사 1명을 확보해서 병원을 개설했습니다.  

   금년 5월쯤, 길림성에 종합병원 허가를 신청의뢰할 예정입니다. 우리 제작소도 문제지만 훈춘시민, 훈춘시 외곽 촌락의 의료혜택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

 

길림성장이 얼른 끼어 들었다.

[ 예강회장님, 그런거라면 허가에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병원해서 돈 번다는 것이 대도시 아닌 이런 작은 촌에서... 적자가 아주 크게 날텐데요 ? 감당 못할텐데요 ?  ]

 

예강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어짜피 기업은 사회로 이익을 환원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의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기업가가 일깨워 준 기업관입니다. ㅎㅎ, 주식회사 예강철이 종합병원의 적자를 보전해야죠. ]

 

   길림성장은 누구보다도 (주) 예강철의 재정상태를 잘알고 있었다. (주) 예강철 창업초기 자본금 20억달러, 언제든지 철도기자재 4억달러를 중국국철과 러시아국철로 받을 수 있었다.

[ ( 흐흐, 이게 왠 떡이냐~ 호박이 넝쿨째~ )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원하는 만큼의 토지를 무상으로, 대여아닌 소유권 이전으로 길림성이 제공하겠습니다.

   건축허가, 기타 허가는 신청하는 즉시 얼른 내 드리겠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세금은 ~ 내기 싫으면 안내셔도 됩니다. 우하하하. ]

 

예강회장이 미소를 머금었다.

[ 훈춘시와 예강철제작소 중간지역이 병원신축 부지로 필요합니다. 훈춘시, 저희 제작소, 주변 촌락이 혜택을 제대로 보려면... ]

 

길림성장이 급히 손짓했다. 그의 수행비서가 달려왔다.

[ 훈춘시와 제작소 중간지점, 길림성 소유 국유지를 지금 당장 물색해서, 입지가 최고 좋은 땅을 즉시 보고하게. 우리 길림성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조리 준비해놓고... ]

 

  신명이 난 길림성장이 떠밀려 골병든 통증때미 괴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부드럽게 흐르는 지바고와 라라의 테마가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오늘따라 빈곤에 지친 동북아의 희망으로 느껴졌다.

 

러시아국철대표가 슬쩍 물었다.

[ 예강회장님, 지금 이 시간에도 외과. 내과 진료합니까 ? 파스가 좀 필요한데. ]

[ 예, 의사들이 제작소내에서 생활하기때미 언제든지 호출됩니다. 의사와 계약조건이 그렇습니다. 약국은 지금 시간대에 열려있고요. 응급실은 2교대 근무기 때미 24시간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 ]

 

   러시아국철대표가 엉뚱한 부위로 둘러댔다. 지바고와 라라의 테마가 오늘따라 한가닥 빛줄기와 같았다. 다른 사람은 괜찮아도 예강회장에게만은 자신이 당한 일을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다.

[ 발을 삐끗한 것 같아서... ]

 

길림성장이 나섰다.

[ 예강회장님, 나도 좀 같이 갑시다. ]

 

예강회장이 깜짝 놀랐다.

[ 아니, 그럼... 아까 추락하실 때 ? 괜찮다고 해서 다들 그런줄알았는데...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천소장! ]

[ 난 병원이 없는 줄 알았지요. 허허. ]

 

담소를 즐기던 천소장이 어느새 예강회장 앞에 섰다.

[ 어서, 병원으로 성장님을 모시게. 그리고 러시아국철대표님도 병원으로 모시게. 의사는 모두 호출해서... 약사는... 아무튼, 모두 긴급 대기시키게. ]

 

   홀에 흐르던 은은한 음악이 작아졌다. 홀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모두 찬공기가 도는 느낌을 받았다.  3층에 엘리베이터가 멎어 있었다. 러시아국철대표와 길림성장은 이미 치료를 받은 것처럼 밝은 표정이다. 예강회장이 심각하게 자책하는 말을 했다.

[ 제 불찰이 큽니다. 용서하십시오. ]

 

 러시아국철대표가 말했다.

[ 아닙니다. 회장님, 우린 이런 산야, 외진 곳에 병원이 있을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한 죄밖에 없습니다. ㅎㅎ. ]

 

누가 뒤에서 들리듯말듯 작은 목소리로 예강회장에게 속삭였다.

[ 저, 나도 몸이 좀 불편하니 같이 갑시다. ]

 

   예강회장이 화들짝 놀라서 뒤를 보니, 인상을 찡그리고 오른쪽 둔부에 손을댄 거대한 몸집의 중국국철대표가 아닌가.

헉!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여. 길림성장 추락사건 말고, 나 모르는 뭔 일이 있었나본데...

 

 

   세사람은 응급처치, 한방 침과 쑥뜸, 외과 진료와 치료, 약물 처방을 받았다.

 

   기숙아파트를  숙소로 사용하지 못하고 병원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세사람.

 

   예강회장이 러시아극동대표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기 전 예의 방문했다. 3개의 봉지 링겔이 아름다워 보였다. 일일이 침대를 살피고 불편을 물었다.

[ 죄송합니다. 저희 병원은 병실이 10인실짜리 두 개가 전부입니다. 의사가 부족해서...  한 눈에 즉시 수시로 환자 상태를 살필 수 있게 하다보니 일반병실 조차 못 만들었습니다. 특실로 모셔야 하는데... 형편이 안되서 죄송합니다. ]

 

   통증이 완화되어 이제 좀 살겠다며, 밝은 표정이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세사람이 손을 내저었다.

 

러시아극동대표가 미안했다.

[ 그러고 보니, 나만 이렇게 멀쩡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쾌유를 빕니다. ]

 

   세사람은 의도적으로 불쾌한 헛기침, 돌아눕거나, 일없이 간호사를 불렀다. 러시아극동대표를 외면했다.

 

   예강회장이 러시아극동대표에게 짖궃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강회장은 의사, 간호사를 병실로 모이게 했다. 소아과 의사만 빼고 모두 야근을 지시하며 특별 상여금을 약속했다. 병실안에서 상냥한 간호사 7명이 세사람 주변을 바쁘게 움직였다.

 

 

 

   밤 10시 20분, 병실문이 열렸다. 러시아극동대표가 자신의 비서에 의지한 채 병실로 들어섰다. 침대에 누워있던 세사람 가운데 둘은 선잠이 들었다. 깨어있던 중국국철대표가 궁금이 증폭되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간호사 : 어디 편찮으세요.

비서 : 체하셨나봐요.

간호사 : 한방치료가 좋을 것 같은데... 무얼 선호하시나요 ?

극동대표 : 빨리 낫는 치료를 선호합니다.

간호사 : (엷은 미소) 예, 한방으로 해드리겠습니다.

 

한의사가 들어왔다. 진맥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한의사 : 체하신 것이 아니고요. 음, 피로가 겹쳐서 잠시 위장장애가 온 겁니다.  저쪽 침대에 누워 계시면 내과의사가 오실겁니다.

 

   간호사 하나가 극동대표를 침대로 안내했다. 호기심많은 중국국철대표는 궁금이 폭발직전이다.

무슨 일 ? 기고만장, 팔팔하던 넘이 어디가 아픈 거지 ?

 

   선잠에 취해있는 길림성장 옆 침대에 극동대표가 누웠다. 잠시후 내과의사가 들어왔다. 진료 기록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과의사 : 식염수 2/3 + 영양제 1/3, 엉덩이 주사...

간호사 :

내과의사 : 주무시고나면 개운하실 겁니다.

극동대표 : 엉덩이 주사 생략 안되나요?

내과의사 :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어서 맞으셔야 합니다.

극동대표 : 그럼, 선생님이 직접 놔주세요.

내과의사 : ㅎㅎ, 저는 놔본지 오래되서 서툽니다. 오히려 간호사가 안아프게 잘 놔드릴 겁니다.

간호사 : ( 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하면 아프게 놓는 철칙! / 나를 부끄러워 해도 아프게 ~ ) 호호호, 엉덩이 까세요.

 

   고요한 밤, 편안한 밤의 병실, 모든 사람은 간호사의 손바닥이 만들어 내는 청명한 단발음을 똑똑히 들었다. 길림성장, 러시아국철대표는 은연중 꿈결, 잠결에 똑똑히 들었다.

 

간호사 :  끝났습니다. 호호. 바지 올리셔도 되요.

 

   11시, 간호사가 들어왔다. 그녀의 바구니에 3개의 봉지링겔이 담겨있었다. 길림성장을 깨워 링겔을 바꾸려 했다.

 

길림성장 : 그만맞지. 뭘 또...

간호사 :  호호, 회장님 특별지시예요. 영양제입니다. 피로가 확 풀리실 겁니다.

길림성장 : 그럼, 먼저번은 ?

간호사 : 호호호, 식염수였구요.

길림성장: 맹물에 소금탄 거 ?

간호사 : 호호호.

길림성장 : 극동대표는 어디가 아파서 바늘을 꽂았지 ?

간호사 : 호호, 피로가 심해서 위장장애가 왔어요.

 

   간호사가 눈을 껌뻑이는 중국국철대표에게 가서 링겔봉지를 바꾸어 주었다.

 

중국국철대표 : (턱으로 지시하며) 저쪽, 어디가 아프데요 ?

간호사 : 호호, 피로가 심해서 위장장애가 왔어요.

 

간호사가 자고 있는 러시아국철대표를 깨웠다.

 

러시아국철대표 : (왼손이 어느새 겨드랑이 밑으로  )  아으, 욱신욱신... 극동대표는 어디가 아프데요 ?

간호사 : 호호, 피로가 심해서 위장장애가 왔어요.

 

   세사람은 러시아극동대표가 침대 대열에 합류한 것을 내심 기뻐했다. 혁명동지를 만났어도 이렇게 마음으로 환대하지 못할 것이다. '관심표명'이라는 간접기법을 통해 기쁨을 극대화시켰다.

 

 

 

 

 

 

 

 

 

 

 지정학적 위치에 처하게 된 예강회장

 

  중국정부는 길림성장의 승강장 추락사건을 보도통제했다. 그날 중국의 방송과 뉴스에 나오지 못했다.  러시아 방송은 동영상을 내보내며 해설했다. 신문은 대문짝 만하게 보도했다.

   일주일뒤, 인터넷에 ' 떠밀린 길림성장 '  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누군가에 의해 유포되었다. 중국대륙, 지구에 속한 모든 국가가  알게 되었다.

   고속예강철이 길림성장 코 앞까지 질주하는 동영상, 새파랗게 질린 길림성장의 절박한 얼굴이 크로즈업된 동영상, 길림성장의 코 앞에 멈춘 고속예강철의 위용 동영상 등 현장감 넘치는 생생 실화 동영상이었다.

   예강회장은 동영상 유포가 달갑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예강철 성능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반갑지 않았다. 안전사고를 대비하지 못한 회사로 인식되는, 안전불감 (주) 예강철이라고, 고객의 잠재의식 속에 부정적으로 각인될까 걱정했다.

 

 

*

    예강 7000년 14월 10일 오전, 예강회장은 집무실로 페드로프 사장을 불렀다.

[ 훈풍역 마무리 공사 말이야. 이 세상은 塞翁之馬, 시제작되어 있는 추락방지 시설을 당장 시공하게. ]

[ 예, 제가 직접 현장을 지휘하겠습니다. ]

 

    예강회장은 참관단이 측정했던 지난 2월 1일, 종점방향으로 운행할 때 추락방지 시설이 안된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알았으니 예강철제작소로 되돌아갈 때 훈풍역 승강장 앞에서 서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제동성능을 뽐내고 싶어서 고속으로 승강장에 진입한 것이다.

 

    예강회장은 훈풍역 공사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라고 했다. 특히, 추락방지 설비를 당장 설치해서, 동영상으로 찍으라고 했다.

  그런 다음 '떠밀린 길림성장' 뒤에 추락방지설비의 작동 동영상을 추가 편집해서 인터넷에 유포하라고 지시했다.  

   인터넷 유포로 길림성장이 또 수모를 당하게 될 것이다. 미안했다. 그러나 예강회장의 코가 석자였다. (주) 예강철 이미지가 더 중요했다. 막강 안전을 최대한 부각시키라고 재차 강조했다.

    예강회장이 개발한 추락방지 장치 역시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추락방지에 대표적인 기존의 엘리베이터 문짝방식, 울타리 방식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문짝방식은 승객안전의 최적해법이지만 설비단가가 애덜 장난이 아니다. 단가가 저렴한 울타리식은 안전확보가 안된다.

   예강회장이 개발한 문짝 울타리 장치의 강점은 엘리베이터 문짝방식의 안전수준이지만, 설비단가가 매우 낮다는 데 있다. 당연히, 인건비 절감과 자재단가가 저렴하고, 설치시간이 짧다.

   문짝 울타리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안전보장을 못하는 울타리 방식보다 비용이 더 들지만, 엘리베이터 문짝방식에 비하면 애덜 껌값 수준이다.  

  게다가, 엘리베이터 문짝방식은 완전차단식이기 때미, 비좁은 실내공간을 더욱 비좁게, 답답하게 하는 약점이 있지만, 문짝 울타리 방식은 다중 개폐방식을 채용했기 때미 공간이 밀폐되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또한, 다중 개폐방식이라서 문짝에 몸통이 낄 위험이 없으며, 자동개폐 시간이 엘리베이터 문짝식에 비해 짧다.

   문짝 울타리 방식의 강점 =  낮은 설비, 설치단가 + 높은 공간활용 효율 + 짧은 개폐시간.

 

*

   ' 떠밀린 길림성장 '  동영상을 누가 찍었는 지, 배포자가 누군 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공안은 동영상 유포자를 색출하려는 공작을 벌였다. 피의자가 훈풍역에서 취재했던 언론기자로 압축되었다.  중국언론사에 대한 수사공작에서 같은 동영상을 찾지 못했다.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

    게다가,  중국공안의 러시아 언론사에 대한 수사공작은 모스크바가 너무 먼거리에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수사 명분이 없어서 아예 시작도 못했다. 길림성장 승강장 추락사건의 수사공작은 슬며시 종결되었다.

 

*

   중국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10km 원천 예강철의 성능측정 결과에 크게 만족했다. 235km 블=훈 노선이 준공될 때까지 기다릴, 575km로 질주하는  고속예강철을 굳히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랜 세월이 걸리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특성을 생각해야 했다. 지금까지 관측한 실험성능만으로도 실제성능을 확신할 수 있었다.

 

크렘린, 조어대가 분주히 움직였다.

 

   예강 7000년 14월 17일 오전 10시, 중국정부를 대표한 길림성장,  러시아 정부를 대표한 러시아극동대표, 예강회장이 블라디보스톡 포세트호텔에서 회합했다.

 

 길림성장이 직설했다.

[ 빨리 빨리, 복잡한 과정 생략합시다. 격식을 생략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합시다. ]

 

예강회장이 화들짝 놀랐다.

[ ( 이 사람덜, 만만디 아녀 ? 헷갈리네 ? ) 네 ? ]

 

길림성장이 조어대의 뜻을 전했다.

[ 북경=상해 노선을 예강철, 고속예강철로 확정했습니다. 조어대는 10km 예강철 원천노선에서 보여준 성능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극동대표가 끼어들었다.

[ ( 夷夷... 무슨 소리! 우리 시베리아 횡단 예강철은 ?  ) 자자, 북경=상해는 노선이 짧아서 천천히 착공해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시베리아 철도는 9,700km 입니다.  차분히, 아주 차분히 우선순위를 정합시다. ]

 

   지정학적 위치에 처하게 된 예강회장은 생각이 깊어졌다. 슬금슬금 일어났다. 전면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자칫하면 3차 세계대전 ?  

[ 저, 잠시 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실례 ~ ]

 

   호텔로비에 앉아 있으면 길림성장, 러시아극동대표의 측근 눈이 많아서 불안했다. 일없이 화장실로 직행했다. 예강회장이 좌변기 뚜껑을 덮었다. 그 위에 걸터 앉아 대가리를 굴렸다.

 

   우선순위...   북경=상해, 시베리아... 우선순위...  블=훈 고속예강철을 먼저착공하자고 제안하자. 아니다. 고속예강철 하나가 아니라,  블=훈 도시, 고속, 화물예강철이 채택되도록 상황을 만들자. 그래! 최우선 순위가 블=훈 복합예강철 착공이다. 그리고 나서... 어떻하지 ?

    블=훈 착공 즉시  북경=상해 노선과 시베리아 노선 자료를 수집, 3개월 기초분석하고... 블=훈 노선 착공 6개월후, 시베리아 노선과 북경=상해 노선 을  동시착공하자고 제안할까?

   토목, 건설공사 기간이 길다.  시간을 벌어가며 도급체계를 정립하고, (주) 예강철의 철도부품 생산, 차량제작, 토목, 건설 등 규모를 확대하면 감당할 수 있겠지.

   지칠줄 모르는 러시아극동대표와 길림성장이 옥신각신 우위를 확보하려고 논쟁중이었다.

 

   일부러, 게슴치레한 눈표정을 유지하는 예강회장이 자리에 앉았다. 상황을 봐가며 눈치를 살피더니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 중국, 러시아는 우선순위가 없습니다. 공명정대하게 동등하게 예우하겠습니다.

 

   블=훈 착공 즉시 북경=상해 노선과 시베리아 노선의 자료수집과 분석에 들어갈 것입니다. 토목일정, 건설일정, 철로일정, 차량일정 등 세부계획은 블=훈 착공 3개월후 공개하겠습니다.

 

   오래전, 한반도의 운명을 걸어놓고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97,00km 시베리아 철도 현대화, 첨단화에 투입될 천문학적 재원마련 계획이 함께 공개됩니다. ]

 

   예강회장을 세계금융전략가로 인정하는 러시아극동대표가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강회장은 (주) 예강철의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지구의 모든 국가 가운데 중국, 러시아 철도에 동등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도시예강철, 고속예강철, 화물예강철 수주

 

 

   예강 7001년 3월 1일 오후2시, 예강회장의  3방향 전용헬기가 훈춘 예강철제작소 헬기장을 이륙했다. 하늘아래, 10km 예강철 원천 노선이 보였다. 예강철이 보였다.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예강 7001년 3월 1일 오후7시, 길림성장, 러시아극동대표, 중국국철대표, 러시아국철대표, 예강회장, 팽간난 비서실장, 최간난 영업이사가 포세트 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회합했다.

 

   이 자리에서 235km블=훈 고속예강철 건설에 관한 진지한 조율이 이루어졌다.

 

러시아국철 대표가 최종조율에 나섰다.

[ 그럼, 고속예강철 뿐 아니라, 도시예강철, 화물예강철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노선으로 건설할 것을 최종 합의 합니까 ? ]

 

합의도출을 위해 촉매역할을 했던 예강회장이 횡재한 표정이다.  

[ 흠!! 승객용, 경량 화물용, 중량 화물용 등 용도에 맞는 차량을 추가 발주하시고...  미래 수송량 증가대비, 복복선로를 미리확보하면 무리가 없는 계획, 최적해법입니다. ]

 

   길림성장, 러시아극동대표, 중국국철대표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그들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강 7001년 3월 4일, 조어대와 크렘린 최고지도자의 전화 통화에서 최종 합의도출에 성공했다.

 

   예강 7001년 3월 7일 오후 7시, 길림성장, 러시아극동대표, 중국국철대표, 러시아국철대표, 예강회장, 페드로프 사장, 팽간난 비서실장, 최간난 영업이사가 포세트 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회합했다.

 

   고속예강철의 질주 노선은 도시예강철, 화물예강철이 주행할 수 있는 호환노선이다.  235km 블=훈 고속예강철의 가계약 문서를 폐기하고  235km 블=훈 도시, 고속, 화물예강철의 본계약 문서에 서명했다.  

 

   예강 7001년 3월 8일 오후 7시, 길림성장, 러시아극동대표, 중국국철대표, 러시아국철대표, 예강회장, 페드로프 사장, 팽간난 비서실장, 최간난 영업이사가 포세트 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회합했다.

 

   (주) 예강철이 235km 블=훈 도시, 고속, 화물예강철의 토목, 건설, 건축, 鐵路, 차량을 일괄 수주했다.

 

회합이 끝났다.

 

   원탁테이블의 예강회장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김비서를 급히 불렀다.

[ 예, 회장님. ]

[ 음, 김비서, 시간이 촉박해. 조어대, 크렘린이 요구하는 15일을 착공식으로 잡아야 해. ]

[ 다른 일정을 정리, 조정해서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

[ 그러게. 일정노트 좀 줘봐. ]

 

   김비서가 노트를 펼쳤다. 예강회장은 여기저기 살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중요한 기록, 기분좋은 글쓰기는 항상 왼손을 사용했다. 오른손 글쓰기는 기분 나쁠 때, 중요하지 않은 글질 때 사용했다. 예강회장의 왼손이 노트 3월 달력, 15일 칸에  '착공식' 이라고 썼다.

 

 

 페드로프 사장이 예강철제작소 천소장에게 전화했다.

[ 천소장 ? 나요. 페드로프 사장입니다. 주식회사 예강철의 예강회장님께서 235km 블=훈 도시, 고속, 화물예강철의 토목, 건설, 건축, 鐵路, 차량을 일괄 수주했습니다. ]

 

천소장은 너무 기뻐서 말문이 막혔다.

[ ... ]

[ 왜 반응이 없지요 ? ]

 

   천소장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아무생각이 정지했다. 그의 눈에서 소리없이 눈물이 흘렀다.

[  예... 예.... 훌쩍!! ]

 

페드로프 사장이 눈치챘다.

[ 알았어요. 알았어. 예강 7001년 3월 15일이 착공식이오. 며칠 안남았으니, 착공준비 서두르시오. 중국, 러시아 최고지도자가 국빈 참석합니다. ]

[ 예... ]

 

[ 지금, 훈춘으로 출발할 겁니다. 얼마 안 걸릴거요. 먼저 준비하고 계십시오. ]

[ 예... ]

 

페드로프 사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 착공식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빠듯하지요 ? ]

[ 예... ]

 

페드로프 사장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 으흠 흠! 전화 끝습니다. ' 예 ' 라고 할거지요 ? ]

[ 예... ]

 

 

 

 

 

 

235km 블=훈 예강철 착공식

   작년 6월 15일, 예강철제작소 준공식장으로 쓰였던 제1제작창이  235km 블=훈 예강철 착공식장으로 다시 꾸며졌다.  작년 9월 하순, 확장된 제1제작창은 육중한 설비를 해체하지 않아도 2,500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며칠전부터, 예강철제작소 외곽에  인민해방군, 러시아군 특수부대가 주둔했다.

  

   예강 7001년 3월 15일 오전 9시, 예강철제작소 상공에 전투기의 초음속 울림이 요란했다. 거의 5분 간격으로 공기를 가르는 전투기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정찰군용기 2대가 10분 간격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예강회장 3방향 전용헬기가 이륙했다. 푸른공간 건물을 선회하더니 푸른공간 10층 옥상 헬기장에 내려앉았다. 2대가 앉을 수 있는 예강철제작소 야외 헬기장이 텅 비었다.  

 

   예강 7001년 3월 15일 9시 20분, 3방향 전투헬기 편대가 주변 상공을 선회하더니 예강제철소 상공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머물렀다.

 

  예강 7001년 3월 15일 오전 9시 40분, 훈춘 예강철제작소가 활기에 차 있었다. 235km 블=훈 예강철의 착공식장에 초청 내외빈이 입장 완료했다. 러시아군총사령관, 인민해방군총사령관, 인민해방군동북아사령관,  러시아극동함대사령관, 중국국철대표, 러시아국철대표, 길림성장, 러시아극동대표, 중국, 러시아 연기금 대표 등 식장 연설대 뒤 국빈석 뒤에 자리잡았다.

 

   예강철제작소가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에서 육중한 두 대의 3방향 대형헬기와 경호비행하는 8대의 3방향 전투헬기가 나타났다.  두 대의 3방향 대형헬기가 제작소 야외헬기장에 착륙했다.

   대기하고 있던 30여명의 경호원이 두 팀으로 나뉘어 2대의 헬기 주변을 애워쌌다.

 

   잠시후, 거의 동시에 2대의 헬기문이 열렸다. 러시아 최고지도자와 영부인, 중국최고지도자와 영부인이 제 1제작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제1제작창이 1부 착공기념식장이다. 예강철이 정차되어있는 정비창 철대문앞 100m 지점 철로가 2부 테이프 절단식장이다. 삼각철선의 철로변 양쪽 기둥을 연결한 착공테이프가 바람결에 퍼덕였다.

 

  도시예강철, 고속예강철, 화물예강철이 쉬고 있는 정비창이 깨끗했다. 정비창 곳곳에 대형현수막이 오늘의 행사를 알렸다.

 

 

   예강 7001년 3월 15일 오전 9시 55분,  중국, 러시아 최고지도자 부부가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극동함대 소속 군악대와  인민해방군 동북지역군 소속 군악대가 합주를 시작했다.  군악이 주변 산야에 메아리쳤다.

 

  양국 최고지도자가 팔을 높이 치켜세워 흔들 때, 두 영부인은 목례후 미소를 흘렸다.

 

초청된 내외빈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양국 최고지도자가 반갑게 인사를 교환했다. 이어, 국빈석으로 자리를 옮긴 양국 최고지도자 부부가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

 

  훈춘 예강철제작소에서 도시예강철, 고속예강철, 화물예강철이 질주하게 될 235km 블=훈 예강철의 착공식이 거행되었다.

 

 

   오늘 블=훈 예강철 착공식에서, 러시아, 중국 두 정상은 인류의 꿈과 인류의 미래를 낙관했다.  또한, 인류애 자본주의를 역설했다.

 

   1부 착공식 폐회직전,  양국 최고지도자는 서로 손을 마주잡고 세계경제의 중심축 동북아, 동북아시대를 선언했다.

 

  800만명 수용능력을 자랑하는 금융도시, 지식도시, 첨단 문화도시 동북아市 건설계획이 공개되었다. 동북아시를 방위하는 동북아방위군의 실체가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착공식 폐회후, 내외빈은 삼삼오오 푸른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강회장이 예를 갖춰 중국, 러시아 최고지도자를 푸른공간으로 모시기 위해 다가섰다.

[ 국빈 방문해주셔서 감사 감사합니다. ]

 

 

  예강철제작소 중앙에 위치한 푸른공간 7,8층 예강철도서관에 전시된 동북아市 건설계획 청사진은 프랑스 도시설계사가 지휘하여 완성한 동북아市 설계도면, 모형, 조감도였다.  

 

러시아 최고지도자가 경탄했다.

[ 오, 이렇게 치밀하고 아름다운 계획이 있었다니... ]

 

중국 최고지도자가 가세했다.

[ 이런 계획을 어떻게 준비하셨습니까 ? ]

 

예강회장이 예를 표했다.

[ 예... 미국 애덜의 오만 독선, 국가착취, 개인착취 게다가! 학살, 살인, 인권을 거지 발싸개로 아는 언행을 증오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   

 

   예강회장은 두 최고지도자를 동북아市의 핵심 조감도 앞에 모셨다. 대기하고 있던 프랑스 도시설계사가 예를 갖추었다.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에 능한 바벨직원이 다가섰다.

 

   손으로 지시할 수 없는 대형조감도였다. 도시설계사가 손에 쥔 레이저빔 발사용 지시펜으로 조감도의 특정부분을 가르켰다. 고풍스런 러시아 전근대 건축양식이 위엄이 대단했다. 도시설계사가 모형 건축물 내부를 지시했다.

[ 이 건물은 지하창고가 매우 넓고 견고한 것이 특징입니다. 발행되는 동북아 통화는 방호가 겹겹으로 된 지하창고에, 동북아총통화관리위원회 는이 건물의 사무실에 상주하게 됩니다. ]

 

  빨간 원점이 머문 곳을 설명하는그의 얼굴이 불그스럽게 상기되어 있었다.

[ 동북아市의 심장부가 방사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곳 중앙에서 동북아市  어느지역과도 쉽게 통하는 방사형입니다. 그래서 심장부 중앙의 12층 건물은 세계통화, 인류통화, 기축통화 '동북아'가 관리되는 건물입니다. ]

 

   도시설계사의 지시펜이 약간 움직이자 빨간원점이 다른 건물로 옮겨갔다.

[  빨간원점이 머무는 곳이 보이시죠. 동북아 은행입니다. ]

 

예강회장이 레이저빔 지시펜으로 거들었다. 빨간원점이 방사형 중앙 건물로 옮겨갔다.

[ 참고 말씀입니다. 음, 빨간원점이 머무는 곳, 중앙건물에 상주하는 기축통화 '동북아' 결제회의와 동북아총통화관리위원회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이며, 결제기관, 통제기관입니다.

  이 두 조직은 특정국가의 중앙은행 겪인 동북아은행 보다 상급기관입니다. 세계의 국책은행을 통제하는 동북아은행은  국책은행 과 비슷한 역할입니다. 그러나 동북아은행의 규모는 세계최대, 세계유일입니다.  ]

 

 

회장의 보충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던 두 정상이 예강회장 앞에 다가와 손을 덥썩 잡았다.

 

  서로 말을 쏟아내어 통역하는 바벨직원의 입이 초비상 상태가 되었다. 예강회장 역시 눈을 치켜뜨고 귀중한 두 정상의 생각을 듣느라 초비상 상태였다.

 

   헬기장에서 두 정상은 예강회장을 더욱 더 신뢰하게 되었다는 말을 몇차례 반복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두 정상은 아쉬움을 남기며 예강철제작소를 이륙했다.

   

 

 

 

  

  

 

 

   푸 른   공 간

 

그날 저녁, 푸른공간 10층.

 

전망홀에서 연회가 시작되었다.

 

 

    예강회장이 김비서와 전망홀에 들어서자, 페드로프 사장이 예를 갖췄다.

[ 회장님, 오늘 회장님께서 접견하실 명단입니다. ]

[ 그래요 ?  어디 봅시다. ]

  

 최간난 영업이사가 다가와 예를 갖춰 말했다.

[ 회장님, 저희 스승이신 김려춘 교수님이 와 계십니다. ]

  

   김려춘 교수는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원로교수이다. 또한, 자연과학아카데미 정회원이기도 하다.

 

예강회장은 아차 싶었다.

[  그 동안 정신없이 살다보니 초청하는 것을 잊고 있었네. ]

[ 호호, 그래서 제가 있잖아요 ~  제가 초청했어요. 제가 안내해 드릴께요. ]

 

페드로프 사장이 조바심이 났다.

[ 누님 ( 실수 ~ ) 최이사, 회장님 접견 일정이 빠듯해요. ]

[ 알아서 하셔야죠 ?   회장님, 가시죠. ]

 

페드로프 사장은 난감했다.

[ 최이사, 그럼 5분만 쓰세요. ]

 

   홀 동편 창가 테이블에 머리가 하얀 노신사와 중년신사,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 예를 갖춰 자리에 앉았다. 최이사가 예강회장의 일정을 얘기하자 김려춘 원로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 예강회장, 바쁘시다니 얼른 결론만 얘기하겠소. 이 두 젊은이를 쓰시오. 예강그룹의 큰 일꾼이 될 것이오. ]

 

   두 젊은이가 목례했다. 중년신사는 김려춘교수의 수제자이며 현재  모스크바국립대학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중년의 교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회장님, 두 젊은 애들은 우리 한국학과 졸업생입니다. 가장 아끼는 수제자입니다. ]

 

   예강회장이 용모를 살폈다. 교수가 간단히 이력을 소개했다. 젊은 남녀는 고려인과 러시아 혼혈이었다. 예강회장의 표정이 조금 어두었다.

[ 여기, 예강철은 이미 바벨직원이 너무 많아서...  음... ]

 

침묵이 흘렀다. 예강회장이 생각난 듯 젊은 남녀에게 물었다.

[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죠 ? ]

 

두 젊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려춘 교수가 속내를 털어놨다.

[ 여자아이는 내 손녀일세. 남자아이는 수재소리를 듣지요. ]

 

   예강회장이 뭔가 생각하더니 젊은 남성에게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시켜주면 무슨 일이든 다할 수 있다고 했다.

 

예강회장이 결론을 냈다.

[ 김교수님, 손녀는 제가 특별히 저희 그룹 비서실에서 일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비서실은 입사 희망자가 가장 선망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젊은 남성은 강컴퓨터 경영파트에서 일을 배우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김비서~ ]

[ 예, 회장님. ]

 

[ 팽실장이 이 안 어딘가에 있어. 강컴 김사장도... 이리로 오라고 해. 여기 없으면 9층 전망홀로 내려가 봐. ]

 

두 젊은 남녀를 데리고 나간  팽실장과 김사장이 면담에 들어갔다.

 

 예강회장은 김려춘 교수에게 말했다.

[ 김교수님께서 최간난 영업이사를 소개해 주셔서 예강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최간난 이사가 페드로프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현재, 페드로프는 주식회사 예강철  사장입니다. ]

 

   김려춘 교수가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강회장이 말을 이었다.

[ 교수님, 오늘 235km 블=훈 착공식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언어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겁니다. ㅎㅎ, 앞으로 취직 부탁만 하지 마시고, 다른 계획도 부탁하십시오.

   참, 예강그룹의 외국어 필요 인력은 김교수님께 일임하겠습니다. 저희가 인원 요청하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 고맙소. 일임하시겠다니 정말 고맙소. 그리고 늙어서 그런지 주착이 심해지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손녀딸 특별히 부탁합니다. ]

 

예강회장이 빙긋 웃었다.

[ ㅎㅎ,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너무 바빠서 그 부탁은 거절하겠습니다. 다만,  팽간난 비서실장은 사람 좋기로 유명한 여성입니다. 남편은 길림성 공무원이고  출가한 딸 하나가 있습니다. 손녀에게는 엄마같을 겁니다. 음, 조선족입니다. 우리 한민족이지요. ]

 

[ 비서실장이 우리 민족이라고요 ? ]

 

 

*

   페드로프 사장은 예강회장을 가만 내 버려 두지 않았다. 정신없이 마구 접견했다. 이젠 누구를 접견했는 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예강회장이 겨우 한숨돌리며 테이블에 앉았다.

 

  페드로프 사장이 러시아극동함대사령관과 함께 예강회장에게 다가섰다.

[ 회장님, 러시아극동함대사령관 이십니다. ]

 

   예강회장이 일어섰다. 예를 갖춰 인사를 했다. 악수하고 가벼운 포옹을 하는데 함대사령관 뒤에 서있는 여군이 예강회장을 놀라게 했다.

[ 헉!! (이 여군은 내 양복 안주머니에 있는 코팅 사진 ? ) ... ]

 

러시아극동함대사령관이 뒤의 여군을 불러 소개했다.

[ 예강회장님, 우리 함대의 꽃입니다. ㅎㅎ. ]

 

   그녀의 군복은 가즈런한 예술이다. 세계의 남자 군복 가운데 독일군 복장이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성의 군복 평가는 없었다.

 

예강회장이 목례했다.

[ Здравствуйте!  이렇게 만나뵙다니 영광입니다. 절제된 아름다움에 감탄했습니다. 정말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

 

  김비서와 페드로프 사장이 서로 눈짓하며 몸둘바 모르는 예강회장을 관찰했다.

 

세련된 정복차림의 여군이 경례했다.

[ 회장님, 감사합니다. ]

[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Меня зовут Еганг.  ]

 

[ 아, 예강, 네... ]

 

그녀는 서툰 러시아 발음의 예강회장에게 친근감이 들었다.

 

 

예강회장이 품에서 그녀의 코팅 사진을 꺼냈다.

[ ㅎㅎ, 여배우 사진보다 소중한 이 사진, 러시아극동함대 소속 군악대 여군입니다. 절제된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누군지 한번 보십시오. ]

 

여군이 사진을 보더니 놀란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가렸다.

[ 어머... ]

[ 사령관님, 제가 좀 튑니다. 나이에 비해 주착이 좀 심합니다. ㅎㅎ. ]

 

러시아극동함대사령관이 크게 웃었다.

[ ㅎㅎㅎ, 주착 ? ㅎㅎ, 예강회장님, 우리 함대사령부에 오시게되면 특별히 면회를 허용하겠습니다. ]

 

페드로프 사장이 거들고 나섰다.

[ 회장님, 함대사령관님께 잘보여야 면회가 됩니다. ㅎㅎ. ]

 

여군이 수줍어하며 예를 표했다.

[ 호호, 면회오시면 제가 직접 모시고 함대사령부를 안내해 드릴께요. ]

 

예강회장이 머뭇거리며 예를 표했다.

[ 그러지 않아도 극동함대사령부를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참, 잘보이고 싶습니다. 함대사령관님, 블=훈 예강철 노선이 완공되면 시승식에 초대하겠습니다. ]

 

함대사령관이 미소를 머금고 예를 표했다.

[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오시는데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방문하시면 100% 면회를 보장하겠습니다. ]

 

한 바탕 웃음이 터졌다.

 

  미국애덜이 운용하는 군사위성, 그 위성이 모두 동원되어 동북아 정보수집에 총력을 펼칠 때, 예강회장은 비웃고 있었다. 그들이 군사위성에서 발사한 레이저 빔을 분석하는 도청기법을 쓸 때마다, 예강 회장은 의도적인 직격 언어로 그들을 비웃었다.

[ ㅎㅎㅎ, 사령관님, 극동함대가 태평양 7함대를 무서워 피할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어리석은 기대인 줄 알지만 다른 희망이 없습니다. ㅎㅎㅎ. ]

 

 

  김비서에 의해 떠밀리다시피, 여군과 예강회장이 전망홀 대형 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강회장과 여군의 유리잔에 와인이 채워지자 바벨 여직원이 얼른 따라 붙었다.

 

   예강회장이 어둠에 가리워진 제작창과 동북아 산야를 내려다 보며 아주 천천히 말했다.

[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강이 하나 있습니다. 그 강은  꿈이 흐르는 강이지요. 내가 그 강가에서 꿈속을 헤매며 오늘을 준비했습니다.

  육신이 부서지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여 절규할 때, 오히려 고요와 평온을 누리던 내 영혼이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흐르는 꿈을 하나 둘 건져내어 손질했습니다. 음, 이렇게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가 준비되었던 것입니다. ]

 

여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 꿈이 흐르는 강 ? 음... 꿈이 흐르는... 가슴이 설레이는 강이네요 ? ]

[ 동북아의 미래는, 꿈이 흐르는 아담과 이브의 강, 연인의 강이 될 것입니다. 인류의 소망이 될 것입니다. ]

 

[ 네... 동북아의 연인 ?  ]

[  예, 아담 그리고 이브의 강... ]

 

예강회장이 희끗희끗한 대가리털을 쓸어올렸다.

[ 자, 절제된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이 건배를 청하겠습니다. ]

 

 

 

 

 

 

 

 

 백만송이 장미

 

   7001년 4월 5일, 예강회장이 극동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다. 극동함대 사령관과 담소를 나눌 때 군악대 소속 여군이 들어섰다. 사령관이 분위기를 유도했다.

[ ㅎㅎ, 회장님의 스타가 오셨습니다. ]

 

예강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오셨네요. 나의 스타님이... ㅎㅎ. ]

 

 

 

 

극동함대 사령부를 둘러본 예강회장은 만족한 표정이다.

[ 항공모함은 봤습니다. 그런데 잠수함은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흠, 그 넘  엄청 크네요. ㅎㅎ.]

 

[ 호호, 저 잠수함은 타이푼이예요. ]

 

예강회장은 잠수함의 탄생배경을 잘알고 있었다.

[ 예,  타이푼... tv? 화보집  에서 본 것 같습니다. 쥴베른의 가상소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잠수함입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

 

   예쁜 눈망울을 굴리는 여군이 생각을 더듬었다. 생기 발랄한 목소리가 호기심에 가득차 있었다.

[ 쥴, 쥴베른... 아, 맞아.  80일간의 세계일주 ? ]

 

 

  바벨 여직원은 분위기있는 통역을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예강회장은 유쾌했다.

[ ㅎㅎ, 휴가받으면 훈춘으로 연락주십시오. 함대사령부를 보여주셨으니 저도 예강그룹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 훈춘을 다녀오기에는 교통이 안좋아서...  휴가가 짧아서 집에 다녀오기도 빠듯해요. ]

 

예강회장이 사령부 건물 옆 헬기장을 가르켰다.

[ ㅎㅎ, 전화 주십시오. 저기, 내 전용헬기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빨리 블=훈 고속예강철이 완공되어야 하겠지요 ? ]

 

   귀여운 여군은 아무 대답없이 눈웃음을 쳤다. 순간, 예강회장의 넋이 나갔다. 어느새, 그녀의 눈망울로 빨려 들어갔다.

으악!! 허우적...

 

   블랙홀보다 더 무서운 흡입력을 가진, 요염한 눈동자를 가진 여군이었다. 황홀한 그녀의 눈동자에서 숨가쁘게 구사일생, 겨우 빠져나온, 정신을 가다듬은 예강회장이 김비서를 불렀다.

 

[ 예, 회장님. ]

 

   예강회장이 눈짓을 하자 김비서가 자신의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여군이 증서를 받았다.

[ 이 증서, 사령관님께 드리십시오. ]

[ 예 ? ]

 

[ 주식회사 예강철의 1% 지분, 주식입니다. 극동함대 현대화에 쓰길 바랍니다. ]

 

  그녀가 봉투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예강회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 ㅎㅎㅎ, 이 주식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블루칩입니다. 조금 기다리셨다가, 블=훈 예강철 노선 공정이 70% 정도 진행되었을 때 매각하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ㅎㅎ. ]

 

그녀의 미소가 예강회장의 꿈을 증폭시켰다.

[ 회장님, 왜 직접 전하시지 않고 저를 통해서 ? ]

[ 예, 내 마음은 나도 모릅니다. ㅎㅎ, 전화 기다리겠습니다. ]

 

[ 예... ]

 

 

 

*

   헬기장에서 예강회장은 극동함대사령관과 포옹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극동함대사령부 장교와 병사가 박수로 화답했다.

 

   뭔가 어색한 듯 예강회장이 여군에게 다가섰다. 김비서의 눈동자는 예강회장의 어눌한 모습을 즐겼다. 미소를 머금은 그가 손에 봉투를 든 여군에게 악수를 청하며 정중히 예를 표했다.

 

예강회장이 3방향 전용헬기에 올랐다.

 

   예강회장이 먼저 손을 흔들었다. 사령관과 여군이 답례의 손을 흔들었다. 헬기가 위로 떠 오를 때 예강회장이 급하게 말했다.

[ 자네, 헬기로 인사해봤어 ? ]

 

조종사가 의문을 표했다.

[ 예 ? ]

[ 세 번만 인사 비행하게. 기체 전면을 여군 앞으로 향하게 하고... 기체를 앞으로 세 번만 기울이면 되네. 각도가 많이 줘야 인사하는 줄 알어. ]

 

[ 아,  예. ]

 

   헬기가 가라않는 듯 다시 전진하며 위로 솟더니 정지했다. 제자리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며 50m 전방 여군을 향해 공중 정지했다. 기체가 시차를 두고 세 번 앞으로 절도있게 기울었다.

 

   여군은 너무 놀라서 어쩔줄 몰라 입을 가렸다. 사령관과 장교, 사병은 더 놀랬다. 어느새 헬기장이 환호했다.

 

 

 *

 

동북아해 파도가 잔잔하게 출렁였다. 창밖으로 내려다 본 물결위에 붉은군대 극동함대의 항공모함이 보였다.

 

예강회장은 젊은 바벨 여직원을 칭찬했다.

[ ㅎㅎ, 성우해도 되겠어요. 통역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분위기있는 통역, 대 만족입니다. ]

 

뒤좌석의 바벨 여직원이 예를 표했다.

[ 감사합니다. 회장님. ]

 

김비서가 슬쩍 기분을 정리해 주었다.

[ 회장님, 오늘 회장님의 스타께서 정말 빈틈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하셨습니다. ]

 

예강회장이 흐믓하게 말을 받았다.

[ 그러게 말야. ㅎㅎ, 한머터면 내 스타의 눈동자, 맑은 샘, 그 깊은 샘에 빠져 익사할뻔 했다니까. ㅎㅎ. ]

 

   예강회장이 컴 자판을 앞으로 끄집어냈다. 음악을 선곡했다. 백만송이 장미...   миллион алых роз  ...  

 

   그가 등받이를 조정, 몸통을 뒤로 제쳤다. '백만송이 장미'는 가사를 음미할 능력이 있어야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가사의 마디 마디마다 꼭꼭 씹어먹었다. 이내 소처럼 되새김질했다.  그의 눈에서 하얀 물줄기가 베어나왔다.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어느새, 아득한 우주를 넘나들며 시공을 초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갔다.

 

 

 

 

  

 보헤미아 '예강철도서관' 의 고뇌

 

 

  극동함대사령부를 방문하고 돌아온 예강회장은 벌써 며칠째 심란한 나날을 보냈다.

 

  저녁무렵, 예강회장은 페드로프 사장과 푸른공간 예강철도서관의 예강공간을 찾았다.

 

예강공간에 불이 켜졌다. 예강회장이 컴자판을 두드렸다. '나의 하나님'을 선곡했다.

 

  창가에서 턱을 괴고 있는 예강회장은 메모지에 동북아방위군핵심을 요약했다.  동북아 방위군의 미래를 조심조심 다듬었다. 잦은 수정으로 지우개 얼룩 흔적이 너덜너덜했다.

 

그가 창밖을 응시하며 흩어진 생각을 추스렸다.

 

 

  예강공간을 흐르는 '나의 하나님' 이 예강회장의 신념을 자극했다.

 

   보헤미안 폴쉐, 보헤미안 예강 ? 보헤미아 예강철도서관 ? 내 민족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다른 민족을 사랑한다 ? 위선이다.

 

   먼저, 내 민족을 사랑할 힘이 있어야,  다른 민족을 사랑할 수 있다. 나는 인류의 교과서, 지침서 성경이 가르쳐 준 민족사랑을 확신한다.  골수에 사무치는  민족사랑의 심경을 토로했던 바울.  나는 바울의 민족사랑을 확신한다.

 

  늙은 농촌 총각이 장가갔다 ? 그럼 혼혈은, 튀기는 어떡하지 ? 음... 새로운 민족 탄생 ? 애비쪽에 넣을 수도 없고... 헷갈리네. 예수님한티 자문을 받아야 겠다.

 

아무튼,

 

'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나를 이토록 경외하는 민족이 없나니... '  내 민족을 칭찬하셨던 여호와.

 

   나는 자기 민족을 사랑할 줄 모르는 대가리, 가증스럽고 교활한 대가리는 상대하지 않는다.

 

   빈곤에 지쳐, 치료를 못받아서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하나님의 형상들...  나는 견딜 수 없습니다. 아, 여호와여... 흑!

 

   아, 여호와여... 나를 위한 능력은 필요없습니다. 인류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은 열망뿐입니다.

 

   내게 예수님의 마음, 성령의 탄식을 그치게 할 능력, 여호와의 영광을 위해서 쓰라고 주신 권능...  

 

   여호와께 간구합니다. 여호와의 권능을, 878특수군 전권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흐흑!!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내가 여호와를 사랑합니다. 하나님의 형상, 인류를 사랑합니다.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감사 감사합니다.

 

 예수님이름으로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그의 눈을 타고 흐르는 진한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여호와여! 내가 여호와를 사랑합니다. 내 영혼이 잘됨같이, 이웃을 위하여, 사회를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민족을 위하여, 세계를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여호와의 영광을 위하여!! 여호와여, 여호와여, 여호와여...

 

 

   예강회장은 어둠에 가려진 제장창을 내려다 보며 흐르는 눈물을 그냥 내 버려 두었다.

 

 

예강회장의 눈물을 본 페드로프의 눈에서 눈물이 베어나왔다.

[ 회장님... ]

 

 

  눈물을 훔치던 예강회장이 동북아방위군 기획을 문서로 내밀며 속삭였다.

미국애덜, 도청조심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

 

페드로프가 회장품에 달려들어 자기의 애정을 쏟아냈다.

[ 회장님...  ]

 

         < 핵심요약 >

① 동북아市를 방위하는 동북아방위군의 핵무기 보유기획.

② 보유핵무기는 동북아방위군이 통제하되, 동북아시 시내에 배치하지 않는다.

③  보유핵무기는 우주정거장, 유영우주선, 인공위성에 배치한다.

④ 유영우주선 = 무인우주선 + 유인 우주왕복선.

⑤ 우주정거장과 유영우주선은 러시아의 신형 토폴엠 미사일의 다탄두를 탑재하되, 소나기식 스마트 미사일 개념. = 기술보안 1급.

⑥  러시아의 소형 핵탄두 1개를 탑재한 인공위성은 민간위성으로 위장하여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을 비웃되, 스마트 미사일 개념. = 기술보안 3급.

⑦ 미국의 백악관, 뉴욕의 맨하탄 등 50개주가 핵공격 목표.

⑧ 고성능 스마트 미사일 개념의 핵탄두는 대기권에 진입하여 분리, 수직 급강하하여 정해진 목표지점에서 핵폭발. = md 무력화 성능.

 

  이 기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예강회장은 페드로프 사장을 설득했다. 그리고  도청, 도시청을 너무 즐거워하는 cia 애덜, 악마를 쏙빼닮은 저능애덜을 따돌리기위해 짜여진 연극을 얘기했다.

 

예강회장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

[ 뿐만아니라, 인류최초 우주로 나아갔던 국가가 러시아이지. 스푸트니크호를 쏘아올린 1957년 사건있지. 이 사건으로 미국애덜이 경악, 턱이 모조리 왕창 빠졌다네.

  당시, 나도 많이 놀랐었지. ㅎㅎ, 그래도 난 턱이 안빠졌어. 약간 뻐근했지. ㅎㅎ, 내가 러시아의 우주 개발능력을 인정하네.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네. ]

 

눈치없는 페드로프 사장이 고개를 갸웃, 반문했다.

[ 저어, 회장님... 외람된 질문이지만, 회장님 나이가 제 형님 ... ]

 

예강회장이 두손을 들어 말문을 막더니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차!! 페드로프, 내가 깜빡했어. 전망홀에 너무 중요한 서류를 함부로 놓고왔어. 미안 ~ ]

 

  눈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페드로프가 두 손을 모아 큼직한 소리를 마구 쏴댔다.

내가 알기로는 1957년, 그 당시 우리 둘 다 이 세상에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예강회장의 뒤통수가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예강철도서관 출입문을 향해 급히 걸음을 옮겼다.

 눈치없는 넘!!

  

 

*

   은밀한 장소에서 소근소근, 대본의 내용을 숙지한 대로 예강회장은 페드로프 사장과 예강철도서관으로 올라갔다. 휴게실에 앉아 말을 주거니 받았다.  cia 애덜을 농락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 예, 회장님... ]

[ 자네, 폴쉐아나 ?  보헤미아 출신 폴쉐를 보헤미안이라고 불렀지. 현대인은 보헤미안을 떠돌이, '집시' 라는 고유명사로 쓰지. 보헤미안의 슬픈 역사, 보헤미아 사람 페르디난드 폴쉐 의 애환을 혹시 아는가 ? 폴쉐를 아는가? ]

 

[ 포르쉐 아닙니까 ? ]

[ ㅎㅎ, 폴쉐나 포르쉐나  발음 차이 ~ ]

 

[ 폴쉐, 그 유명한 페르디난드 전차를 설계한 분이죠. ]

[ 나치스 히틀러 앞에서 그는 보헤미안이라는 사실을 고뇌했지. 이 나라 저나라 고달픈 떠돌이, 집시... 당시, 스탈린 등 세계최고지도자 넘이라면 폴쉐에게 군침을 안 흘린 넘이 없었지. ]

 

[ 예, 당시 강대국 히틀러의 명령으로 세계대전을 준비했습니다. ]

[ 그 당시, 최고성능 독일 군용차는 대부분 폴쉐의 작품이지. ]

 

[ 그 유명한 풍뎅이차, 풍뎅이 닮은 일반승용차 폴크스바겐은 지금 이순간까지 명성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

[ 페드로프. ]

 

[ 예, 회장님. ]

[ 나는 폴쉐가 절대 아닐세. 나약한 약소국가의 고뇌를 거부하네. ]

 

[ 예, 회장님은 충분히 거부하실 수 있는 위치에 계십니다. ]

[ 고맙네. 악마, 악독한 미국새끼덜!! 그에 비하면 히틀러는 순한 양이었지. ㅎㅎㅎ!! ]

 

cia 도청을 묵인한 예강회장이 빙긋 웃었다.

[ 지금 너는 크렘린으로 가라.  가서 핵탄두 백개를 얘기하라. 시베리아횡단예강철 계획은 이렇게 준비되었다고 설명하라.

   우리 회장님은 가난세월 46년 일평생, 진정 국가위기때마다 나라를 살린 언행, 피눈물의 세월을 보상받기는커녕, 9.14 테러당하면서, 뼈를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cia + 김쩔뚝과 그 6.15 + 불량놈!현 + 서울대 저능아가덜의 사악한 총체적 음해와 공작에 시달려가면서,

   정신병원 다섯차례 감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난과 고통을 당하면서 철도 연구한줄 아냐고 깨우쳐주고... ]

 

 페드로프가 이미 짠 연극대본을 떠 올리며 눈을 껌벅였다.

[  그만! 인간말종 똥교똥... 개 년넘 얘기 그만하세요. 괜히 제가 분이 올라 오네요. ]

 

예강회장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 핵탄두 6,000개 중에서 100개 내주기가 아깝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하라. 핵탄두 100개를 내주게되면, 관리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 돈 안받고 내 돈 들여서 관리해준다고 꼼꼼히 부연하라. ]

 

[아무튼, 발사체도 없는 핵탄두를 뭐하시려고...  혹시...  회장님의 개발 능력을 잘 알고 있지만... 혹시, 이희소박사의 나리따 공항 ? 그 마이크로 필름이라도 입수하셨습니까 ? ]

 

[ ㅎㅎ, 내가 자네의 블라디보스톡 군수공장 근무경력을 인정한다. ]

 

군수경력이 나오자 아주 심각한, 부담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 혹시, 예강철 개발이 끝났으니...  대륙간 탄두미사일 개발사업에 뛰어드시겠다 ?  토폴m 이나 동풍3 탄도미사일과 협력하실 의향은 ? ]

  

[ 페드로프,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가...  워싱턴 애덜 대갈통을 부셔 버리려고 한다. 투포완 던지기야. 18!! ]

 

페드로프가 웃음을 참아가며 진지한 표정으로 동조했다.

[ 예 ?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일본에 떨어지거나 태평양에 퐁당할 겁니다.  일본에 떨어지면 파울입니다. 파울 ~ ]

[ 뭐야!! 내가 실수할 것 같은가 ? ]

 

[ 실수하면 절대 안되지만, 노련한 선수도 가끔 실수합니다. 제가 하는 소리를 일본애덜은 인정 안하겠지만... ]

[ 음, 절대 인정 못하지. 내가 실수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 히로시마, 나가사끼가 기겁하겠지.  아마~ ㅎㅎㅎ. ]

 

페드로프가 배가죽을 들석여가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아, 아닙니다.  하와이는 가능할 겁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알레스카도 가능합니다. 까짓 꺼, 워싱턴 쯤이야. ]

 

예강회장의 눈에서 진한 결심이 베어 나왔다.

[ 내가 러시아를 사랑한다. ]

 

[ 페드로프, 난 농담할 기분이 아니다. 탄두 백개를 구하지 못하면 너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

[ 예 ? ]

 

[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

[저어, 회장님... 그게 저... ]

 

   대본에 없던 내용이 뜨자 당황했다.  이런 말, 저런 말, 말을 더듬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 저, 회장님... 흐흑!! 동생으로 평생을 아껴주시겠다던 말씀... 창업공신이라고 칭찬하시던 말씀... 흐흑!! ]

 

예강회장이 느릿느릿 말했다.

[ 갑자기, 자네 애덜이 보고싶구먼. 큰 애 넘이 젊잖더라구. ]

[ 예...  흑! ]

 

 

[ 자네, 탄두 백개 구해와. 간단한 문제하나 해결 못하면서 무슨 세계최대 세계유일 초일류 예강철의 사장을 유지하겠다는 건가 ? 날로 처먹겠다 ? 익혀 먹어야지~ 날로 처먹으려고호시탐탐 노리다가 자기 덫에 걸린 미국애덜 닮아가나 ? gm은 내 버려둬도 스스로 자폭하게 되어 있어. ㅎㅎㅎ. ]

 

[ 흑! 날거 못먹어요. 대가리털나고 여태 한번도 회집에 가본 적이 없어요. (눈물 뚝! / 정색하며) 회장님, 그런데 핵무기가 워낙 세계적인 문제, 민감한 문제 아닙니까 ? ]

 

[ 그러니께 은은하게 익혀 먹어야지. 말이 필요없네. 핵탄두 백개를 가져오고... 못가져오면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제수는 아직 애 생산 능력이 있어.  애 만들어서 집에서 애나 봐. ]

[ 회장님, 가혹하십니다. ]

 

[ 뭐가 가혹 ?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자네의 대가리가 더 가혹하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지구야. 여호와께서 허락하신 긍정의 세상이야.

  내 핵탄두 계획, 핵무기 요약문서를 크렘린에 디밀면, 그쪽에서 먼저 하자고 야단할거야. 간단해요. 간단해. 무슨 얘기인 줄 알지 ? ㅎㅎㅎ!

  원래 여호와의 세계는 재미있어요. 그뿐인가? ㅎㅎ, 유머가 넘치는 풍요의 세계야. 복잡한 일어려운 일의 속성은 간단경이 그 자체예요. 간단과 경이를 끄집어 내는 힘이 있어야 해요.  ]

 

페드로프 사장이 눈가를 훔치며 결심한 듯 요구를 했다.

[ 회장님...  하겠습니다. ( 대본에 없는 생생 연기~ ) 대신 할 수 있는 여건을 주십시오. ]

[ 뭔데 ? ]

 

[ 회장님의 자동차 기술을 러시아에 일정부분 넘겨 주십시오. 나도 협상할 조건을 가지고 크렘린으로 떠나겠습니다. ]

[ 몇 개 주면 될까 ?  협상가방에 몇 개 넣어주면, 핵가방 들고 올 수 있어 ? ]

 

[ 현재 예강철에 채용된 거 다 주십시오. 원심력제어기계메가니즘, 작용반작용기계메카니즘 말입니다. ]

[ 어째서 두 개가 다지 ?  아니잖아 ? ]

 

[ 굵직한 것만 얘기한 겁니다. ]

 

[ 오늘은 여기까지 얘기하세. 이따가 우리 둘만의 장소에서 내가 할 얘기가 있어. ㅎㅎ, 서두를 필요없어요.

   페드로프, 제수가 보고싶어. 할머니가 전수해 주었다는 김치찌개가 환상이야. 생각만해도 군침이 넘쳐 흘러나와. 언제 가면 좋을까 ? ]

 

페드로프 사장은 고려인 부인을 둔 사실이 뿌듯했다.

[ 지금 당장... 아니, 저녁식사에 함께 가시죠. 제가 전화해 놓겠습니다. ]

[ 고마워요. 고마워. 페드로프. ]

 

둘은 음흉스럽게 웃어 재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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