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뒤 ‘100% 한국형 발사체’…명실상부 ‘자력 발사국’ 꿈

한겨레 | 입력 2013.01.30 20:20 | 수정 2013.01.30 21:51

 

[한겨레]한국 로켓개발 역사
1993년 1단형 '고체로켓' 첫 개발
20년만에 나로호 발사 성공
나로호는 액체·고체추진 '2단'
핵심인 1단로켓이
러시아제품
한국형발사체는 액체엔진 '3단'
교과부 "목표시점 1년 당기겠다"


30일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가 11번째 자력 우주발사국 영광을 누리기에는 부족하다. 추진체의 핵심인 1단 로켓이 러시아 제품이어서 이름값에 걸맞은 우주발사국으로 인정받으려면 100%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Ⅱ)의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2021년까지 1조5000여억원을 투입해 추력 300t급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발사체는 아리랑 위성급인 1500㎏짜리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의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짜리 나로과학위성을 탑재한 나로호가 지게차라면 한국형 발사체는 트레일러에 비길 수 있다. 나로호가 액체와 고체추진체의 2단으로 이뤄진 데 비해 한국형 발사체는 모두 액체엔진으로 이뤄진 3단으로 구성된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의 묶음 방식(클러스터링)으로 구성되며, 2단은 75t급, 3단은 7t급 액체엔진으로 이뤄진다. 발사체 길이와 지름은 각각 47.5m, 2.6~3.3m로 나로호보다 약간 더 길고 크다. 발사체 중량은 200t이지만 1단 로켓은 300t까지 이륙시킬 수 있는 추력을 갖춘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2014년까지 7t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시설 구축 △2015~2018년 75t급 액체엔진 완성 및 엔진 하나로 시험 발사 △2019~2021년 기본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1단 추진체용 엔진 개발 등 3단계로 추진된다. 마지막 해인 2021년에는 한국형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려보내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때가 되면 명실상부한 자력 우주발사국이 된다. 교과부는 최근 목표 시점을 2020년 이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창진 건국대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로켓 개발은 1초 동안 연료 400~500㎏을 태워야 하는 극한 기술이다. 우주기술은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직결되기에 독자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발사체 개발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Ⅰ)이 처음 개발된 지 약 10년 만인 2002년 11월28일 추력 13t급 액체추진 로켓(KSR-Ⅲ)이 고도 42.7㎞까지 비행했다. 그로부터 10년여가 흐른 뒤 140t급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다시 10년 뒤 한국형 우주발사체가 발사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우리나라 발사체 개발 수준은 북한에 비해서도 뒤져 있는 게 사실이다. 로켓 개발은 첨단기술이 아닌 극한기술이어서 충분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책의 혼선과 지원 부족 등으로 우주개발 역사가 짧지 않음에도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70~80%에 못 미친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우주개발 선진국도 300t급 로켓을 제작해 발사하기까지는 7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경험이 적은 우리는 몇년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kylee@hani.co.kr


1957년 소련 첫 우주발사체
현재 10개국만 자력 발사체
세계 '발사체' 개발 현황


현대 로켓의 선구자로는 러시아 교사 출신 콘스탄틴 치올콥스키가 꼽힌다. 그의 아이디어대로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려놓은 최초의 우주발사체는 소련이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할 때 사용한 로켓(R-7/SS6)이다.

지금까지 자력으로 개발한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는 러시아(옛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10개국이다. 북한이 지난해 12월12일 쏘아올린 은하 3호는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궤도에 올려놓은 것까지는 '사실'이지만 정상 작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자력 발사국은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자국 영토 안에서 발사해 인공위성을 궤도 안에 올려 운영하는 데 성공한 나라'로 통용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위성의 작동 여부에 상관없이 북한이 자력 발사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반면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는 파키스탄은 개발한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밖에 쓸 수 없어 우주개발국에 들지 못한다.

우주발사체는 연료 효율이나 발사 성공률로만 보면 자동차보다 못하다.
로켓 발사가 시도된 1940년대 이후 평균 실패율이 5~8%다. 사람을 태우기에는 꽤나 위험한 것이다. 그럼에도 발사체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주로 가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기술자들은 발사 실패를 '실패'(failure)라 하지 않고 '기능장애'(malfunction) 또는 '절반의 성공'이라 한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한 11개국 가운데 첫번째 발사에 성공한 경우는 소련과 프랑스, 이스라엘뿐이다.

어느 국가든지 로켓 발사 초기에는 실패율이 높다가 일정 시점이 되면 실패율이 급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베스트 패턴'이라 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1968년부터 1971년까지 4회 연속 실패한 뒤 7~8년 동안 아예 발사 시도를 중단하고 '아리안 시리즈'를 개발했다. 현재 '아리안5' 로켓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베스트셀러'다. 2010년 6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발사된 천리안위성(통신해양기상위성)도 아리안5에 실려 우주에 안착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방사선센서 등 장착 '움직이는 연구실'
하루 14번 타원궤도 돌며 지구 관측
나로과학위성은


나로호를 타고 우주에 올라간 '나로과학위성'은 애초 더미위성(궤도 진입을 확인할 수 있도록 송수신 장치만 있는 위성)이었다. 2002년 개발에 들어가 2008년 쌍둥이 형제로 태어난 과학기술위성 1·2호는 2009년과 2010년 나로호 1·2차 발사 실패로 우주에서 산화하고 말았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는 2011년 2월부터 1년 동안 유일하게 남아 있는 더미위성에 각종 과학장비를 붙여 과학위성으로 변신시켰다.

나로과학위성의 1차 임무는 위성이 궤도에 제대로 진입했는지를 알려주는 일이다. 발사 12시간 뒤 인공위성연구센터 지상국과 교신을 하면 임무를 다하는 셈이다. 20억원을 들여 설치한 이온층관측센서,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 등은 사실 '덤'이다. 하지만 나로과학위성의 진가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 '움직이는 연구실'은 300~1500㎞의 타원궤도로 지구를 1시간43분마다 한번씩, 하루 14바퀴를 돌며 1년 동안 과학관측을 하게 된다. 크기는 76.3㎝×102.3㎝×116.7㎝, 무게는 100㎏으로 김치냉장고만하다. 총중량 140t인 나로호의 1400분의 1에 불과하다.

위성에는 이온층관측센서,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 반작용 휠,
적외선 센서, 레이저반사경, 우주방사선량 측정센서 등 6종의 과학장비가 장착돼 있다.

나로과학위성은 우리나라 위성 가운데 타원궤도를 도는 첫번째 위성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우리별' 시리즈와 과학기술위성 1·2호는 태양과 궤도면이 이루는 각이 일정한 태양동기궤도나 원궤도로 설계됐다. 나로과학위성이 타원궤도를 도는 것은 우주 관측이라는 목적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기존 과학기술위성들은 지구 탐사가 목적이어서 카메라가 정밀한 고해상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각도의 원형궤도가 유리했다. 그러나 나로과학위성은 주로 우주 환경 관측장비들이 장착돼 있어 고도 300㎞와 1500㎞ 사이를 오르내리며 우주 관측 활동을 하게 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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