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먹은 쇠고기 라면에 스님들은 결국…

2008년 1월 31일 (목) 03:04   조선일보

스님들의 출가·求道의 삶이 한 눈에… '나의 행자시절'·'공부하다 죽어라'출간
국내외 스님들의 육성(肉聲)을 통해 출가와 행자생활, 치열한 구도(求道) 여정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불교언론인 박원자씨가 120여 스님들의 구술을 정리한 '
나의 행자시절 1,2,3'(다할미디어)과 현각·무량 스님 등 외국인 스님들이 지난 2003년 대전 자광사에서 영어로 법문한 내용을 청아 스님과 류시화씨가 우리말로 옮긴 '공부하다 죽어라'(조화로운삶)이다.
'나의 행자시절'은 스님들의 초발심과 치열한 구도(求道)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절에 처음 들어와 사미, 사미니 등 예비 승려 단계의 이전인 행자 생활은 모든 게 힘들다. 절 안팎의 궂은 일을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고, 실수투성이에 호랑이 같은 노스님들로부터 꾸중 듣고, 매 맞는다.



스님들은“행자시절의 초발심이 중 노릇의 전부를 좌지우지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지난 22일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참가자들이 쌓인 눈을 치우는 모습.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그러나 책에서 스님들은 '행자시절 행복했노라'고 고백한다.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도 환희심을 느끼고 큰스님들 모시고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큰 배움을 얻는다.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과 장좌불와로 수행의 모범을 보인 청화 스님의 눈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 같은 불빛'(보영 스님)을 느끼고, 한암 큰스님이 사라져서 온 절의 대중들이 찾아 나섰다가 수채구멍에서 수학여행 학생들이 버린 밥의 쌀을 한 알 한 알 깨끗이 씻고 계시는 모습을 발견(현각 스님)하면서 점차 '중(僧)물'이 들어간다. 무심결에 맛있게 먹은 라면이 '쇠고기라면'인 것을 발견하고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3000배 참회기도를 올리기도(효명 스님) 한다. 스님들은 스승들의 엄격하면서도 속 깊은 자상함이 지금까지 '중노릇 똑바로 하도록 해줬다'고 회상한다.

'공부하다 죽어라'는 현각 무량 스님 등 숭산 스님의 외국인 제자들과 스리랑카, 티베트 등의 불교로 출가한 서구인들의 수행체험담을 담았다. 스위스 출신으로 티베트 불교로 출가한 게셰 툽텐 룬돕(54) 스님은 "모기, 바퀴벌레도 전생에 나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이들을 도와야 해! 이렇게 앉아서 생각만 하고 있을 순 없어. 나의 어머니였던 이 존재들을 도와야만 해"라고 말한다. '자비심'이란 이런 것이란 말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역시 티베트 승려가 된 텐진 데키(54) 스님은 숨을 들이쉴 때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빨아 들이고, 내쉴 때는 자신의 모든 선업(善業)을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나눠주라고 권한다.

티베트 불교 스님들의 법문이 상세하게 설명하는 쪽이라면, 숭산 스님의 제자들은 주장자(스님들의 지팡이)로 법상(法床)을 '쾅!' 내리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화두 이야기로 들어가는 등 나라별 불교의 미묘한 차이도 느껴진다.

[김한수 기자]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하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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